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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님-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기사입력 : 2019-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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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는 대한민국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지방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수입니다. 이 글이 김 위원장님께 전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은 열린 세상이니 어떻게든 전달될 수 있으리란 한 가닥 희망을 품고서 글을 씁니다.

내가 사는 한반도 끝자락은 벌써 매화가 피고 지고, 잇달아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복사꽃, 벚꽃이 시샘하듯 릴레이로 봄의 향연을 준비 중이랍니다.

그쪽 북녘은 어떤가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지만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이니, 남녘이나 북녘, 시차가 난다 해야 보름 아니면 한 달이겠지요.

몇 해 전 내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지방자치법학회와 중국의 연변대학이 공동 주최한 ‘동북아 지방자치법제 포럼’이 연변대학에서 개최되어, 그 포럼을 계기로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회원들과 함께 오른 적이 있습니다. 북녘 땅(동파)을 거쳐 오르지 못하고 먼 길 빙빙 돌아 중국 쪽(북파)으로 백두산을 올라야 했던 그 심정 아프고 쓰라렸습니다. 당시 백두산 아래 중국 쪽 도시인 이도백하는 숙박시설 등 관광지 조성이 한창이더군요.

남과 북이 자유로이 왕래하는 날이 오면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백두산 천지 아래 숙소에 도착해 온천이 딸린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온천욕을 즐긴 후, 백두산 들쭉술 한 잔으로 여독을 풀고 이튿날 백두산 등정을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님, 지난번 당신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서 중국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까지 왕복 7600㎞ 먼 길을 달리던 모습을 지켜본 남북 민중들과 세계 인류는 다함께 꿈이 현실일 수 있다는 강한 희망을 품었습니다. 유럽인들은 그 길을 이용해 아시아로, 아시아인들은 부산에서 평양을 거쳐 런던까지 서로 왕래하는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당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던 날, 당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 민중들도 다 함께 크게 실망하고 마음 아팠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십시오.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유보하고, 북녘 인민들의 행복을 위해 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당신의 정책 전환은 옳았고, 그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유효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님, 지난 70여년 긴긴 세월 동안 북미, 그리고 남북 사이 쌓인 적대와 불신의 골이 너무나 깊다는 것을 확인한 회담 결과였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의 외교에서도 힘 센 쪽이 통 크게 양보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국제관계에서는 여전히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는 약소국의 아픔이자 비애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님, 남북 민중들을 위해서 당신이 한 번 통 크게 양보해 주십시오. 통상 국가의 주권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유보하고, 미국 주류사회가 요구하는 핵관련 요구조건들을 속는 셈 치고 통 크게 양보해 보십시오. 그러면 아마 미국도 당신의 요청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서방 등 국제사회도 당신의 진정성을 믿고 외교관계에 적극 나설 것이며, 경제교류에도 앞다퉈 나설 것임이 확실합니다. 당신의 친구인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김 위원장님,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변하지 않을 경우, 국제여론은 철저히 당신의 편이 될 것입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 위원장님이 두 손 굳게 잡고 민족의 번영과 행복의 길로 나아갑시다.

강재규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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