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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진실 게임- 이종훈(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9-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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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의 복심’이라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2012년 총선 출마를 결심하고 정치인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을 때였다. 당시 김해을 선거구에 출마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와 첫 악수를 했을 때의 느낌은 뭔가 어색했다. 정치인이라면 악수를 하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하는데, 왠지 멈칫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선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봉하마을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면서 정치와 거리를 둔 영향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천성적으로 ‘정치인 DNA’가 별로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김태호 후보에게 패했다.

그리고 2014년 도지사 선거에도 도전했지만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또다시 낙마했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선출직 3번 도전 만에 성공을 한 셈이다.

그와의 두 번째 악수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였다. 6년 전과는 달리 힘도 있고, 진짜 정치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슈는 ‘드루킹 특검 사건’이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그가 답변을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런데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매크로(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표정은 실제로 ‘드루킹 킹크랩’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리를 함께 한 기자들도 그의 답변에 진심이 느껴졌다고 평가를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수행을 하고 있어 이것저것 엄청난 상황들과 메시지, 연락들을 다 확인할 수조차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드루킹 악재를 뚫고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수차례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그는 ‘드루킹 특검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혀 왔다. 그때도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그 사건으로 법정구속이 됐다. 1심 재판에서는 그가 킹크랩 시연회를 인지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이 곧 시작되고 최종심까지 갈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그때 그 표정과 눈빛은 무엇이었는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그의 지인들은 대부분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믿음직하고 왠지 정이 가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는 청년 시절부터 힘없는 사람 곁을 지켰다’고 말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경수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대학시절을 보냈고 현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한 지인도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김 지사 변호인 측에서 보석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가 돌아와 도정을 이끌면 경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착하고 좋다고 정이 간다’고 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경남도지사에 출마를 했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법을 위반했다면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럼에도 그의 눈빛이 진실이었으면 하는 기대는 가지고 있다. 그가 석방이 되면 묻고 싶다. 과연 그 눈빛은 무엇이었나. ‘진실 게임’은 다시 시작됐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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