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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사다리- 이명용(경제부 부장)

기사입력 : 2019-03-15 07:00:00


우리 주변에서 사다리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작업대였다. 집안의 형광등을 교체하거나 천장 작업, 집 주변의 나무 다듬기나 도배작업을 할 때 등 다양하게 이용됐다.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기공사업체들이 천장에 전기배선이나 가설작업 시, 도장업체들이 벽이나 천장 등에 페인트 작업 시, 간판업자들이 간판 설치 시 등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다리 형태도 고정식·일자형·A형·H형·접이식 등 다양하게 발전했다.

▼사디리가 보편화된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좁은 실내에서 작업을 해야 할 경우 다른 대체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이를테면 사다리 대신 비계(임시가설물)를 사용해야 할 경우 설치나 해체 시 불편함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운반이 쉽지 않고 비용도 적지 않다. 리프팅 차량 이용 시에도 좁은 공간에선 이용이 어렵고 대여 시 비용 문제도 부담이다.

▼사다리 사용이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다리 위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지면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 전체 안전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사다리 위에서 일하다가 떨어져 다친 경우는 3만885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만7739명(71%)이 중상해를 입었고 371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조선소 등에선 높은 곳에서 사다리 작업이 위험하다며 사용금지를 정부에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올 들어 사다리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현장에선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안전조치를 고려한 것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하면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디리 사용 금지의 대안으로 제시한 비계나 리프팅 차량 이용은 좁은 공간 이용과 비용 등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이 같은 조치가 영세업자들에게 큰 타격이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현실성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

이명용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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