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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43) 제24화 마법의 돌 43

“혼인을 하고 처음이잖아요?”

기사입력 : 2019-03-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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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이 눈살을 찡그렸다.

“우리 집에 있습니까?”

“그래.”

이학수는 고서와 고화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다. 영남의 선비들과 어울려 글씨를 쓰고 시를 읊고는 했다.

이재영은 장사에 매진했다. 그의 장사는 조금씩 번창하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되자 그는 대구에 또 하나의 잡화전을 열었다. 대구역 앞의 가게도 크게 확장을 했는데 손님들이 줄을 서야 했다. 이재영이 일본과 손을 잡고 들여온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잡화전에는 직원을 고용하고 쌀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대구 사람들을 위한 쌀장사가 아니었다. 그는 대구 일대의 쌀을 수집하여 부산으로 수송하여 일본으로 보냈다. 잡화전에서 들어오는 수익금을 쌀을 수집하는 자금으로 사용했다.

일본에 미곡을 수출한 뒤에는 일본의 상품들을 수입하여 경상도 일대에 팔았다.

이재영은 혼인을 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딸을 낳았고 3년이 지났을 때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딸과 아들이 모두 홍역과 천연두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아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이재영은 딸과 아들을 여의자 비통했다. 그러나 1년 후에 아들 이성식이 태어나고 다음 해에는 딸 이경희, 또 다음 해에는 이정식이 연년생으로 태어났다.

그 무렵 서울에 화신백화점이 생겼다. 미곡상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박흥식이 신태화가 주인인 화신상회를 인수하여 백화점을 설립한 것이다.

신태화는 금부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조선에서 거래되는 금의 5할이 그의 가게에서 거래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보석상이었다.

‘박흥식이 백화점을 개업하다니….’

이재영은 부인 류순영을 데리고 백화점 구경에 나섰다. 아이들을 대구에 와 있는 어머니에게 맡겼다. 일하는 여자들도 여러 명이었다. 직원들에게 밥을 해주었기 때문에 대구의 집이 본가보다 더 커졌다.

“오래간만에 기차를 타니 어지러워요.”

류순영은 기차를 두 번째 탄다고 했다. 처음에는 신혼여행 때 탔다.

“그런가?”

“혼인을 하고 처음이잖아요?”

유순영이 수줍은 듯이 말했다. 서울 여행을 위해 그녀는 양장을 했다. 한복을 입은 아내만 보던 이재영은 새로운 여자를 만난 것 같았다.

“이제는 돈도 많이 벌고 있는데 첩은 안 들여요?”

기차가 출발하고, 차창 밖을 내다보던 류순영이 불현듯이 물었다.

“내가 어떻게 첩을 들이겠소? 사업을 하니 기생집에 가는 일은 있어도 첩은 들이지 않겠소.”

“기생집에도 가지 말아요.”

류순영이 눈을 흘겼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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