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촉석루] 꽃보다 널 만나는 게 더 좋다- 김홍채(더함D&C 대표)

기사입력 : 2019-03-19 07:00:00
메인이미지




거리를 걸으면 개나리. 산수유. 목련 등 봄과 함께 찾아온 예쁜 꽃들을 보게 된다. 그 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미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리고 진해 여좌천 벚꽃을 다시 보고 싶고, 천주산을 휘감은 붉은 진달래 물결도 벌써 기대된다.

요즘은 상남동에서 저녁 모임을 해도 동네 친구와 함께 길 위의 사람들과 길가에 핀 꽃들을 감상하면서 대방동 집까지 기꺼이 걸어가곤 한다. 사파 동성아파트에서 성원 3차 아파트 쪽으로 길을 걷던 어느 날, 동행인이 ‘꽃이 피면 뭘 해도 좋지만…, 난 널 만나는 게 더 좋다’라는 담장에 쓰여 있는 글귀를 읽었다. 그리고 동행인은 그 글귀가 어렵다고 하면서, 그 글에 관한 나의 생각을 물었다.

그 길을 백 번은 넘게 걸어서 다녔는데, 처음 마주한 그 글귀에 순간 당황했다. 나는 앞만 보고 다녔던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담장에 쓰여 있는 그 글을 작은 소리로 천천히 읽었다. 곧바로 ‘사람이 꽃보다 먼저라는 말 아닐까요?’라며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했다. 대답을 하면서도 뭔가 아쉽고, 부족함을 느끼며 찜찜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 글귀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 가사를 떠올리며 귀가했다.

며칠이 지나도 그 글귀가 잊히지 않아서 문학적 소양이 깊은(?) 친구에게 물었다. 그 친구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꽃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의미 같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의미도 얘기했다. 그 글귀 중에 있는 ‘널’은 나와 비슷한 사람보다 ‘나의 도움과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뜻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지난 2월께 누나가 진주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광양에 매화꽃구경을 다녀온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는 연로하신 탓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 광양까지 가서 꽃구경하시기는 어렵다. 그래서 누나는 매형과 함께 어머니에게 꽃구경을 시켜 주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위로하고 외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서 꽃을 핑계 삼아 광양까지 다녀온 누나의 마음이, ‘꽃이 피면 뭘 해도 좋지만…, 난 널 만나는 게 더 좋다’일 것 같다.

김 홍 채

더함D&C 대표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