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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통영로드스토리텔링’ 연극여행

play 통영, 길 따라 이야기 따라 연극이랑 놀자

연극 12편에 담긴 통영 이야기

기사입력 : 2019-03-20 07:00:00


지역문화가 보유한 독특한 지역성은 지역문화콘텐츠가 추구하는 창의성과 독창성의 근원이다. ‘프랑스 지역문화 콘텐츠’의 저자 송희영(서울예술대) 교수는 지역문화콘텐츠의 생산-제작 과정에서 공간 특성, 즉 지역의 정체성이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실천적 방법론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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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붓등- 가는개 마을

프랑스 ‘지역사 기반의 공연예술콘텐츠’를 살핀 송 교수는 ‘스펙터클 히스토리크(Spectacles historiques)’라 불리는 프랑스의 역사 야외극이 지역의 역사적 공간과 공연콘텐츠 양식을 융합한 창의적 문화기획 사례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역사 야외극은 역사, 전설, 인물, 설화 등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연극·음악·춤 등 다양한 공연 양식을 응용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구현해 조명, 음악, 음향, 영상 같은 첨단 무대 기술 효과를 접목한 공연콘텐츠의 한 유형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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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꽃- 가는개 마을

▲문화자원 활용한 독특한 지역 공연콘텐츠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된 곳이다. 당시 통제영에는 군사용 군수품과 임금, 고위 관리들에게 바치는 진상품을 제작하는 ‘12공방’이 생겨나면서 통영의 공예문화가 꽃을 피웠고, 통영오광대, 남해안별신굿, 승전무 등 지역 전통공연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또한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 ‘한국문학의 대모’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을 비롯해 청마 유치환, 초정 김상옥, 소설가 김용익 등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하면서 통영은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예향(藝鄕)의 도시’이자 ‘예술 보고(寶庫)의 도시’이다.

이처럼 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통영의 한 극단이 문화와 예술, 관광이 결합한 지역문화콘텐츠를 발굴·제작해 무대화하고 있다.

민간 극단인 통영 벅수골(대표 장창석)이 시도하고 있는 통영문화의 흔적과 기억을 찾아가는 ‘통영로드스토리텔링’은 지역의 이야기들을 연극 콘텐츠와 관광이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지역문화콘텐츠화로 프로그램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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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통영문화콘텐츠의 다양성과 문화적 자원을 발굴해 창작 연극으로 무대화시키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을 배우가 이야기꾼이 되어 관객은 물론 관광객들이 함께 연극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극단 벅수골 제상아 기획·사무국장은 “지역문화콘텐츠는 인간과 문화 예술이 혼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역사와 흔적, 기억, 인간의 삶 내음 나는 이야기 등 지역의 서사 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해 살아 숨 쉬는 통영의 역사를 만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극단 벅수골= 1981년 3월 20일 9명의 단원으로 태동했다. 100여년에 달하는 통영 연극의 맥을 잇고 있는 벅수골은 고(故) 장현·장영석 형제가 창단의 주역을 맡아 통영 연극의 메카로 성장시켰고, 지역 연극단체로서는 드물게 3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벅수’는 통영을 지키고 있는 장승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바보’라는 뜻도 있지만 이 지역을 지키는 ‘문화지킴이’라는 뜻도 품고 있다. 침체된 향토연극의 중흥의 기수가 되고자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태동해 현대연극의 오락성과 고발성이 함께 함유된 작품을 공연함으로써 대중오락에 식상한 관객에게 연극의 멋을 심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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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이- 야소골 마을

▲통영로드스토리텔링과 함께하는 연극여행

극단 벅수골이 스토리텔링화한 작품은 ‘성웅 이순신’, ‘동피랑’, ‘꽃잎’, ‘통제영의 바람’, ‘통영! 나비의 꿈’, ‘연못가의 향수’, ‘코발트 블루’ 등 12개에 이른다.

사실 극단 벅수골의 지역문화콘텐츠 발굴은 1985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영 해평마을 마을 열녀 전설을 소재로 한 ‘해평 들녘에 핀 꽃’(1985), 산양읍 일운(삼치)마을 앞바다에 남근처럼 생긴 바위섬을 소재로 한 ‘떠나는 사람들’(1988), 임진왜란 당시 봉화를 올렸던 한산도 인근의 작은 섬을 소재로 한 ‘화도’(1990), 윤이상 선생이 고향 통영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먼 땅 좋은 기별’(2002), 일제강점기 통영 서호동 일대 매립지인 샛터의 선주집을 소재로 한 ‘선주’(2003) 등 지역의 다양한 소재를 발굴해 작품화했으나 열악한 극단 재정과 대중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극단 벅수골은 상품성·대중성·작품성을 두루 갖춘 지역 콘텐츠 발굴에 나서 2015년 통영문화의 흔적과 기억을 찾아가는 ‘통영로드스토리텔링’ 발굴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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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웅 이순신- 이순신 공원

△성웅 이순신= 첫 출발지는 통영의 대표적 성지인 이순신공원이다. 작품은 ‘과연 이순신 장군은 괜찮았을까, 견딜 만했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해 억울하게 잡혀가 온갖 고문을 받고 어머니와 자식을 잃은 장군의 마음을 더듬는다. 극 속에서 ‘정말 대의(大義)만을 생각하며 수많은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슬픔과 번민에 미치지 않고 오로지 대의에만 미쳐 있었을까?’라고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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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동피랑

△동피랑= 통영시 동호동·정량동·중앙동 일대의 언덕 위 마을인 동피랑이 배경이다. 철거 대상이었던 달동네가 자연친화적이고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탈바꿈해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바뀌기까지의 애환을 한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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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청마거리 중앙우체국

△꽃잎= 중앙로에 위치한 청마거리의 우체국을 배경으로 청마 유치환 선생과 여류시인 이영도의 사랑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꽃잎’의 주인공 동백과 우진의 추억이 담긴 편지에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애절한 사랑, 두 주인공의 사랑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노라’라는 청마의 시 ‘행복’을 통해 연정의 조각, 가슴 저미는 못다한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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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영의 바람- 세병관

△통제영의 바람= 통영의 역사·공간자원을 활용한 작품으로 문화동에 위치한 ‘세병관’이 배경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중 한 부분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뮤지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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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나비의 꿈- 충렬사와 백석 시비

△통영! 나비의 꿈= 시인 백석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박경련(예명 란)에 첫눈에 반해 통영을 몇 차례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자 충렬사 계단에 앉아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지은 시 ‘통영 2’를 모티브로 했다. 통영을 사랑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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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의 향수- 윤이상 테마파크

△연못가의 향수= 국가 폭력의 희생자였던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삶을 제자들이 추억해가는 과정으로 전개했다. 작품에서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도천동에는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가 터가 있던 인근에 ‘윤이상 기념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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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블루- 전혁림 미술관

△코발트 블루= ‘한국의 피카소’,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전혁림 화백의 이야기로, 한국적 색면 추상의 선구자이며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조형의식을 토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화가이다. 작품에서는 그의 일대기보다 인간적인 삶의 고뇌를 무대에 형상화했다. 봉평동에는 화백이 1975년부터 30년 가까이 생활하던 집을 헐고 새로운 창조의 공간으로 신축한 ‘전혁림 미술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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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마을 할미요- 가는개 마을

△쟁미마을 할미요·나붓등·치마꽃= ‘가는 개’라는 마을 이름을 가진 통영의 아름다운 세포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극화했다. ‘쟁이마을 할미요’는 월성 정씨 ‘영세불망비’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퓨전 극화했고, ‘나붓등’은 가는 개 마을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노래극으로 풀어내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메시지를 전한다. ‘치마꽃’은 마을 어귀에 있는 ‘처녀바위’에 관한 이야기로 작품에서는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죽음으로 극적인 요소를 불어넣어 무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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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소골의 달빛- 야소골 마을

△야소골의 달빛·덩이= 산양읍 야소골 마을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극이다. ‘야소골의 달빛’은 마을의 오랜 전설인 ‘신선바위’에 얽힌 이야기로 마을 농군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신선들이 바둑 두는 모습을 보다 마을로 내려오니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내용이며, ‘덩이’는 임진왜란 때 한센병에 걸린 한 대장장이의 정신을 모티브로 왜군들의 수탈과 횡포에 지친 민초들의 질곡의 삶과 애환, 저항의 몸부림을 극화했다. ‘야소골’은 임진란 전후에 ‘당포 수군 만호전’에 필요했던 칼과 창 등 무기를 만들었던 곳에 유래한 지명으로 지금도 야장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토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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