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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인향만리(人香萬里)- 이현근(사회부 부장대우)

기사입력 : 2019-03-20 07:00:00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화향백리 花香百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주향천리 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인향만리 人香萬里)고 한다. 난의 향기도 백리를 가고(난향백리 蘭香百里), 묵의 향기도 천리를 가고(묵향천리 墨香千里), 덕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덕향만리 德香萬里)고 한다. 덕을 갖춘 사람은 오래도록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는 말이다.

▼뉴스를 접하기가 겁이 날 만큼 연일 권력자들의 특혜와 갑질은 물론 연예인들의 일탈행위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젊은 연예인은 가족들이 즐겨보는 TV 예능프로에 고정 출연해 사랑을 받았지만 수년간 성관계를 불법촬영하고는 지인끼리 낄낄거리며 공유해온 가증스러운 이중생활이 들통났다. 전 세계에 77억명의 군상들이 살고 있으니 이런저런 사람도 많겠지만 인격을 스스로 내팽개친 경우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마음씨가 있다. 가진 것이 없더라도 남을 도우려고 애쓰고, 남의 허물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싸주고, 어려울 때 함께 해결하려 나서주는 사람들이 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진실하다 보니 보기만 해도 향기가 나고 웃음이 나는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테레사 수녀나 이태석 신부처럼 고결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이웃에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며 가정을 지키는 향기로운 사람들이 많다.

▼사람의 향기는 그 사람에게 내재된 영혼에서 나온다.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 사람의 됨됨이나 모습이 된다. 사람사는 것이 오롯이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만큼 사람마다 살아온 만큼의 이력대로 제각각 개성적이고 다른 향기를 발산한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드물겠지만 만리(萬里)를 가는 인향(人香)은 못 되어도, 백리(百里)를 가는 꽃향기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썩은 냄새 나는 삶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무슨 향기가 날까.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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