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547) 제24화 마법의 돌 47

“밤에 벚꽃놀이를 하는 거예요?”

기사입력 : 2019-03-22 07:00:00
메인이미지


이재영은 류순영과 빵을 먹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류순영은 사이다를 마셨다. 사이다는 1905년 인천에서 일본인이 처음 생산했고 이제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상표로 생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알아도 시골에서는 구경도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류순영은 빵을 맛있게 먹었다.

빵을 먹으면서 소녀처럼 좋아했다. 때때로 아이들 걱정을 했으나 시부모들이 있었다.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가요?”

“먼저 여관을 잡고 다음에는 창경원에 갑시다.”

“창경원이요? 창경원이 뭘하는 곳이에요?”

“옛날에는 임금이 살던 궁궐인데 지금은 동물원도 만들어 놓고 식물원도 만들어 놓았소.”

창경원에서는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이재영은 류순영을 데리고 창경원에 갈 예정이었다.

“이제 곧 해가 질 텐데요?”

창밖에는 봄날의 저녁 해가 어둑하게 기울고 있었다.

“야간 개장을 하고 있소. 벚꽃이 필 동안만….”

“그럼 밤에 벚꽃놀이를 하는 거예요?”

“그렇소.”

“저녁은 어떻게 해요?”

“김밥 하고 사이다를 사가야지.”

“꼭 봐야 돼요?”

“나 때문에 보는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한 거요. 애들 키우면서 보기 쉽지 않을 거야.”

이재영은 여관을 잡고 창경원으로 갔다. 창경원 근처에서 김밥과 사이다와 술도 샀다. 창경원이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면서 몰려가고 있었다. 하오리를 입고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도 많았다.

창경원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야간개장을 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하여 구경하고 있었다. 벚나무 밑을 지날 때마다 꽃잎이 눈발처럼 날렸다. 이재영은 류순영과 벚꽃이 자욱하게 날리는 동물원을 걸으면서 호랑이를 구경하고 곰도 보았다. 동물원에는 원숭이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고 공작새도 있었다.

“무섭게 생겼다. 저걸 어떻게 잡아 왔지?”

류순영은 철망 안에 있는 호랑이가 으르렁거리자 재빨리 이재영의 뒤에 숨기도 했다.

“마취를 해서 잡아왔을 거야.”

“집들도 너무 화려해요.”

류순영은 동물원도 신기하고 임금이 살던 전각과 누각도 신기해했다. 이재영도 처음 보는 궁궐이었다. 전각과 누각의 뜰이며 행랑에 옛사람들의 자취가 완연한 기분이었다.

이재영은 임금과 비빈들이 살던 전각과 누각을 보면서 비애를 느꼈다.

조선을 일본에 빼앗겼다. 조선을 빼앗은 일본은 일등국민, 조선인들은 삼등국민이 되어 핍박을 받고 있었다.

비록 아내인 류순영이 함께 걷고 있지만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가수 이애리수의 노래 <황성옛터>가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