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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미중전쟁-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기사입력 : 2019-03-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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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은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뜻의 용어이다.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이에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투키디데스는 이와 같은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집계다. 경제적으로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에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이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은 심각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절박한 상태라는 게 그의 평가다.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구조적 긴장의 깊이에 있다. 자국의 이익, 과대한 공포, 자존심이라는 명예가 심하게 얽힐수록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이런 긴장은 잠복해 있다가 자원 경쟁, 무역 갈등, 국내 정치 변화 등의 아주 사소한 일을 계기로 큰불로 번질 수 있다. 과거 전쟁과 달리 미중 핵보유국끼리 전쟁은 서로 파멸을 이끈다는 점에서 앞선 투키디데스 함정의 전쟁과 차원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 모두 내부 위협을 안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당파주의, 백악관과 의회 관계 악화,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 저하 등을 안고 있고,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도 법의 지배를 따르지 않는 시스템, 중앙정부의 지나친 통제, 상상력과 창의력을 막는 문화 습성, 사유재산 부정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아마존과 알리바바라는 두 거대 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은 제프 베조스가 창립한 회사로서 전자상거래, 물류, 클라우딩 컴퓨팅, 오프라인 점포 전개, 빅데이터와 AI, 그리고 우주산업에 이르기까지 아마존은 세계 제일의 서점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파는 에브리싱 스토어, 나아가 모든 사업을 전개하는 에브리싱 컴퍼니로 진화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마윈이 창립한 회사로서 전자상거래, 물류, 오프라인 점포, 클라우딩 컴퓨팅, 금융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중국 내에서 완전히 자리 잡고 일본으로까지 뻗어가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시가총액에서도 선두를 다투고 있다. 아마존 경제권은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넓어지고 있고, 알리바바 경제권은 중국을 거점으로 세계를 석권하려고 있다.

두 거대 기업도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국가 차원을 넘어선 영향력, 독점문제, 과세회피, 소비자 정보 노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알리바바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이 혼재해 있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 회계의 질적인 문제, 중국 정부의 통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국과 한국기업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따른 미중전쟁을 분석하고 대비해 틈새를 뚫고 나가야 할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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