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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61) 제24화 마법의 돌 61

“좋아요. 최고예요”

기사입력 : 2019-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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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는 일본과 조선을 오가는 항구였기 때문에 부두 쪽이 번화했다.

“변동림씨가 안타깝네요.”

류순영이 술을 한 잔 마신 뒤에 말했다. 문을 열자 여관의 방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여관이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밤바다가 철썩이고 간간이 뱃고동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차가웠으나 꽃향기가 풍겼다.

이국 풍정이 느껴지는 밤이다.

“그러게. 이제는 과부로 살아야 하겠네.”

“잘할 거예요. 변동림씨는 강인한 여자예요. 지금은 힘들어 보이지만….”

류순영은 변동림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어땠소?”

“좋아요. 최고예요.”

류순영이 배시시 웃었다.

“당신하고 여행을 해서 나도 좋소.”

이재영은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허리를 가만히 안았다.

“아잉.”

류순영이 눈을 감았다. 이재영은 류순영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사랑을 나누었다.

시모노세키에서 나누는 사랑이다. 이국 땅의 항구다. 도쿄에서도 사랑을 나누었지만 이국 항구에서의 사랑은 달콤했다.

길고 감미로운 사랑이 끝났다. 류순영이 이재영의 가슴속으로 파고들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이재영은 류순영을 껴안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상이라는 소설가도 생각했고 그의 유골상자를 안고 돌아가는 변동림의 쓸쓸한 삶도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쯤 현해탄에 이르렀을 것이다. 끝없이 넓은 망망대해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디선가 사미센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달은 높이 떠 있었다. 골목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군인들이 행군하는 소리가 들렸다.

중국과의 전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장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재영은 전쟁을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이튿날 여관에서 아침을 먹고 부산으로 가는 관부연락선에 올랐다.

마지막 여행 날이다. 이재영은 류순영과 함께 갑판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날고 있는 항구가 점점 멀어져 갔다.

관부연락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 선실에 들어가 잠을 자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 갑판에서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유학생들의 모습도 보이고, 양복을 입은 남자와 여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여성들은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많았다.

‘바다는 이렇게 끝없이 넓은데….’

이재영은 현해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일본은 이 넓은 바다를 건너서 조선을 침략했다. 일본의 핍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본인들은 중국까지 침략할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일본인들을 만날 때마다 중국을 정복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