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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63) 제24화 마법의 돌 63

“산을 사서 뭘하게?”

기사입력 : 2019-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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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영이 단양에 있는 산을 사겠다고 나선 것은 일본이 마침내 중국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일본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상해를 점령하고 남경을 향해 노도처럼 진격했다. 수십 대의 전투기들이 출격하여 상해에서 남경에 이르는 길 주위를 초토화시켰다. 일본군은 중국 민간인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하여 중국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일본군의 화북방면군 제2군 독립혼성 제3여단 제6연대 쇼오 가즈오 대좌는 중국인 여자 23명을 잡아들여 상부의 허락도 없이 일본군 병사들의 성노리개로 삼았다. 이로 인해 일본군 수백명이 성병에 걸려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군 군법부는 긴급회의를 하여 여단장 와다나베 소장에게 가즈오 대좌를 일본으로 압송하게 하는 한편 증거 인멸을 위해 위안부 전원을 총살한 뒤에 화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성노리개가 되었던 중국인 여자 23명은 영문도 모르고 북대교의 벌판으로 압송되어 사살되고 불태워졌다.

군법부는 가즈오 대좌를 와다나베 소장이 연운항에서 군함을 이용해 일본 본토로 압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와다나베 소장이 가즈오 대좌를 직접 연행하여 담성 교외 12㎞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일본군 45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가즈오 대좌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이마에 흰 천을 두르고 와다나베 소장의 부하들과 총을 들고 대치하면서 가즈오 대좌를 놓아줄 것을 요구했다. 와다나베 소장은 병사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가즈오 대좌의 부하들은 자신들을 모두 사살한 뒤에 압송하라고 울면서 소리쳤다. 가즈오 대좌는 그들에게 명령에 복종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45명의 일본군들은 가즈오 대좌에 대한 감사의 편지를 읽은 뒤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일본도로 일제히 할복했다.

45명 전원이 할복을 한 것은 일본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일본은 전쟁을 하고 있는데 무슨 산을 산다는 말이오?”

이재영은 류순영이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조선이 전쟁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쟁 중이니 산이 더 싸지요. 헐값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산을 사서 뭘하게?”

“돈을 벌어야지요.”

“산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

“시멘트 원료가 되는 석회를 팔면 돼요. 시멘트를 만들어 팔아도 되고….”

류순영은 이재영을 계속 졸랐다.

“당신이 장사를 하게?”

“동생을 시켜야지요.”

류순영에게는 류관영이라는 남동생이 있었다. 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일을 하다가 대구에 내려와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