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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 ‘저체온치료’와 ‘체외순환보조치료’

꺼져가던 생명 다시 살아났다

기사입력 : 2019-04-14 22:00:00


지난 3월 6일 지역의 모 대학에서 20대 젊은 청년이 의식을 잃고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학생들이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사례가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고 발작도 일어나 의료진들이 집중치료실로 옮겨 저체온치료·체외순환보조치료를 시행함과 동시에 의료진들의 다학적 집중치료를 통해 13일 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두 발로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 생명의 위협은 예고 없이 찾아와 미리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적절한 시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마저도 시기를 놓쳐 중환자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하는데,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인 저체온치료와 체외순환보조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저체온치료

저체온치료는 환자의 체온을 정상보다 낮게 32~35℃로 유지하는 치료를 의미한다. 기원전 400년 히포크라테스는 부상당한 군인들을 눈과 얼음으로 감싸는 치료를 했다고 하며, 익사, 두부 외상, 심정지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낮추는 치료를 했다는 1300년도 기록도 발견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통상적으로 심정지로부터 5분 이상 경과되면 뇌 손상이 발생한다. 뇌 손상은 충분한 양의 혈액이 전달되지 못해 발생하는 허혈과 산소농도가 낮아서 발생하는 저산소 손상이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심폐기능이 회복된 후에 발생하는 재관류 손상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저체온치료가 뇌 손상을 경감시키는 기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체온을 일정기간 낮게 유지하면 뇌 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분비를 억제하고, 혈액-뇌 장벽의 보호, 에너지의 보존, 미세혈류의 개선, 뇌압 감소 등의 효과를 통해 이차적 신경손상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흉부외과·집중치료실장 최주원 교수는 “여름에 강에 빠진 환자는 심폐소생술 후에도 뇌 손상이 매우 심하게 남는 경우가 많지만 한겨울에 빠진 환자들은 뇌 손상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 역시 저체온에 의한 뇌와 신체기능 보존이라 볼 수 있다”며 “최근까지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나, 저체온요법의 뇌신경보호 효과가 다수의 연구에서 증명되고,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장비가 개발돼 많은 대형병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체온 요법의 과정에서는 저체온을 만드는 유도기, 저체온의 유지기,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 회복기로 구분된다. 체온의 저하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도달하도록 노력하나, 너무 낮은 체온은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어서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면에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 것은 시간당 0.25 ~ 0.5℃의 속도로 천천히 회복시키도록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저체온을 유도하는 방식은 신체에 차가운 물이 순환하는 접착식 매트를 몸과 다리에 붙이는 방식이 사용된다. 체온의 측정 방법은 신체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는 중심체온과 피부 또는 겨드랑이에서 측정하는 말초체온 2가지로 구분된다. 저체온요법에서는 당연히 중심체온을 측정하는데, 식도에 튜브 형태의 센서를 넣어 실시간으로 체온을 감시하면서 저체온 치료기계가 체온과 매트의 수온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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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식 매트로 체온을 낮추는 저체온치료 신체에 차가운 물이 순환하는 접착식 매트를 몸과 다리에 붙여 체온을 낮추는 치료법이다.

저체온치료 자체로는 심정지를 유발한 원인을 밝혀내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심정지 자체를 치료하거나 회복시키는 치료는 아니다. 적절한 심폐소생술과 대응으로 심장과 폐기능이 유지된다면, 이후로는 가장 중요한 뇌기능의 보호와 회복이 환자 자신과 가족에게 가장 큰 관건이 되는데, 생명은 유지됐지만 식물인간이나 뇌사상태가 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며 환자와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주원 교수는 “질환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뇌손상을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며 회복 후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법이다”며 저체온치료가 생명유지 이후, 뇌기능의 보존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강조했다.



◆체외순환보조치료

저체온치료가 뇌기능의 보호를 위해서 시행하는 장치라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은 ‘체외순환보조치료’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기는 심장, 폐, 간, 신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뇌의 많은 부분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보다는 지능과 사회활동에 관계된 부분이기에, 생명과 관련된 일차적 장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필수적인 장기 중에서도 기능이 멈출 경우, 수 분 안에 생명을 잃게 만드는 것은 심장과 폐이다. 체외순환보조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외부에서 기계를 통해 유지시켜 주는 방법이다. 심장은 혈액을 순환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펌프의 역할을 하는 장기이고, 폐는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체외순환보조(ECMO, Extracoporeal membrane oxygenation) 장치는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혈액을 밀어주는 펌프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막형산화장치로 구성된다. 비교적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큰 혈관인 대퇴동맥이나 정맥, 또는 쇄골하정맥에 굵은 관을 삽입하고, 혈액을 외부로 유도한 후에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 다음에 다시 혈관 내로 주입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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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순환보조치료의 원리 정맥에서 펌프의 힘으로 체외로 나간 혈액이 산소공급기를 통과해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한다. 산소가 풍부해진 피가 다시 몸속 동맥으로 들어간다.

저체온치료와 마찬가지로 체외순환보조치료 역시 심정지와 같은 질환의 원인을 고치는 치료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우선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기에 원인을 치료하는 시간을 벌어 주거나 신체의 자연치유와 함께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집중치료실과 주치의에게 필수인 셈이다.

최 교수는 ”체외순환보조치료를 사용한 지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체외순환보조치료 덕택에 생명을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퇴원하신 분들이 매년 몇 분씩 계시고, 좋은 결과로 고마움을 표하는 환자분들 덕분에 치료과정이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억을 가지게 해 주었다”며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체외순환보조치료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환자 및 가족에게 매우 큰 도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흉부외과·집중치료실장 최주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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