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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제교육의 잔재를 떨쳐내자- 표병호(경남도의회 교육위원장)

기사입력 : 2019-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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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온 겨레가 한뜻으로 뭉쳐 일제에 항거한 3·1운동 100주년인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한 세기를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임시헌장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규정하면서, 왕과 양반 등의 특정 세력이 아닌 평등한 백성 모두가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지향했다.

민주공화제를 떠받치는 가장 결정적인 기둥은 무엇인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배양된 자유와 정의라는 민주시민 역량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민주공화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한 자들이 바로 일제침략자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강탈해 영구히 식민지배할 목적으로 교육을 철저히 이용해왔다. 일제는 인간으로서의 주체적 자율성을 부정하고 한낱 식민지배의 수단으로 삼기 위해, 조선인에 대한 고등교육은 일절 금지하면서 문해(文解) 교육이나 초급의 기술 교육만 실시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말기 그들의 소위 ‘황국신민화 교육’은 조선인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폭압적인 것이었다.

필자가 지적한 바 있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현장은 어떠한가? 광복한 지 두 세대가 지났지만 일제교육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학교 정원에 식재된 일본 가이즈카 향나무, 친일 경력자가 작사·작곡한 교가, 일제를 상징하는 크고 작은 조각품, 아직도 교육현장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훈화·훈시·별책 등의 일본식 용어들. 일제교육 잔재의 정확한 대상과 숫자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이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바로 일제교육 잔재 청산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일제 잔재는 비단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정신적인 것도 있다. 예컨대 소수자나 약자를 존중하지 않고 전체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태도, 집단의식 등을 강요하면서 획일적 사고를 형성케 하는 교육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교육의 물질적 잔재는 없애면 되지만, 정신적 잔재는 올바른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율성을 억압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그 폐해의 심각성이 더하다.

지금이라도 일제교육의 잔재는 말끔히 없애야 한다. 물질적 잔재는 교육청의 전수조사 등을 통해 처리하고, 정신적 잔재는 끊임없는 민주시민 의식 교육을 통해 떨쳐 없앨 수 있다. 일제교육 잔재의 완전한 청산이 이뤄질 때 한 세기 전 우리 조상들이 꿈꾸었던 자유와 정의가 살아 숨쉬는 ‘민주공화제’가 이루어질 것이다. 일제교육 잔재 청산에 경남교육청이 앞장설 것을 제안한다.

표병호 (경남도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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