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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박시춘과 가요박물관-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부국장 대우)

기사입력 : 2019-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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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에는 그 나라 민중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1953년 발표한 손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의 ‘봄날은 간다’의 1절 가사이다. 6·25전쟁이 가져온 이별과 그로 인한 여인의 한(恨)을 봄날 풍경과 대비시키며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953년 백설희가 불러 그의 대표곡이 됐다. 후배 가수(이미자, 조용필, 장사익, 한영애 등)도 앞다투어 자기 색깔의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2005년에는 유명시인 100명이 대중가요 최고의 애창곡으로 뽑았다.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 밀양 출신 박시춘(1913~1996)이다.

최근 밀양시가 밀양에 가요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하자 박시춘의 친일행적을 거론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론이 분분하다.

박시춘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정책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곡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 가요사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애수의 소야곡’ ‘신라의 달밤’ ‘이별의 부산정거장’ ‘굳세어라 금순아’ 등 주옥같은 노래로 오랜 세월 서민의 애환을 보듬어 주었다.

밀양시는 박시춘뿐만 아니라 지역출신 음악가를 기리는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반대 여론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화와 예술은 그 자체로서 보는 것이 맞지 목적성을 두고 보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과는 정치·문화적으로 관계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 반면에 일본과는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 친북이든 친일이든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역사의 짐’이다. 진실은 규명하되 무거운 짐을 벗고 화해하는 것은 어떨까.

시는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감안해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건립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공연을 감상하는 공간을 만든 데 이어 밀양아리랑의 고향에 가요박물관을 건립해 가요를 사랑하고 흥이 많은 밀양 시민을 위해 가요를 체험하고 관람하는 공간을 조성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박시춘이 밀양 출신인 데다 한국 가요사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밀양에 가요박물관이 생기면 박시춘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밀양시는 가요에 국한된 것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반박했다.

가요박물관 추진과 관련, 시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시민의 중지를 모으고 있는 만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고비룡 (밀양창녕본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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