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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없이는 잠 못자” 주민 심리적 고통

대피 중 참혹하게 쓰러진 이웃 보고

잠 못자고 초조·심한 불안감 보여

기사입력 : 2019-04-21 22:00:00


“아내는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 자고, 겨우 잠들어도 깜짝깜짝 놀라며 깹니다.”

지난 17일 진주 가좌동 아파트에서 일어난 방화·살인사건 5일째를 맞은 21일, 사건이 일어난 당시 지상으로 대피하면서 이웃이 참혹하게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아내의 상태를 전하는 입주민 최모씨는 한숨으로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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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진주 ‘묻지마 방화·살인’이 발생한 아파트 현관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이 놓여 있다./성승건 기자/

이날 오후 1시 30분께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뒤에서 만난 그는 “당시 심하게 받은 충격으로 아파트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진주시청과 경찰서, 그리고 이곳을 왔다갔다하면서 대책이 어떻게 마련되는지 하나하나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아내가 더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정말 답답하다”며 “사건 이후 5일 동안 바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선 임시주거 대책부터 마련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씨가 이날 관리사무소를 찾아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과 이주대책 등을 논의하는 동안 그의 아내는 바닥에 주저앉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참사가 난 아파트 운영사인 LH는 20일과 21일 양일간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303동 주민 등에 대한 주거 불편과 민원을 접수받았다. 참사가 난 303동은 피의자 안인득(42)이 거주하던 곳으로 희생자 5명을 비롯해 부상자들도 이 동에 거주하고 있다.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가족, 그리고 일부 주민들은 참사 이후 심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LH는 주민 불편과 민원을 접수받은 후 다른 동이나 다른 아파트로의 이주를 추진하고 있다.

참극을 목격한 이 아파트 주민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한 상황이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민공동시설에는 진주시·보건복지부, 국립부곡병원,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연계해 통합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이날 오후까지 30여명의 피해자가 방문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며 “사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향후 이분들의 심리상태를 확인하고 유관기관과 연계해 치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현관에는 애통한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한 주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아파트 입구 중앙현관에는 여러 개의 하얀 국화꽃 다발이 놓여 있었고, 메모지에 적은 애도시가 붙어 있었다. 이 시에는 ‘꽃잎 휘날리며 울부짖던 너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휘날리던 꽃잎의 슬픔을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밤하늘이 걷히고 이 자리에 하얀 꽃을 놓아 본다’라고 적혀 있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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