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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동군보건소장 ‘갑질’ 대충 넘겨선 안 된다

기사입력 : 2019-04-22 07:00:00


하동군보건소장이 직원을 상대로 성희롱과 폭언을 한 것도 모자라 갑질에 가까운 업무지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성폭력·성희롱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이 중시되고 있는데도 기관장이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보건소 직원에 따르면 김모 소장은 지난해 12월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건배 제의를 제안하면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심지어 “나이가 있는 여자가 좋다”며 성희롱을 서슴지 않았고, 임신한 직원을 ‘배불뚝이’로 호칭할 정도로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하동군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여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다.

공직사회의 성 비위와 폭언·갑질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 하동보건소장의 성희롱은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검찰 내 성희롱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직장 내 가해자가 최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는데도 김 소장이 성희롱과 갑질에다 인사권까지 남용했다는 말이 나오니 기가 찰 정도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직장 내 성희롱이 민간기업보다 2.5배나 많다. 공공기관 재직자 중 성희롱을 당했다는 직원이 응답자의 16.6%나 된다. 성희롱 예방교육이 성희롱을 줄이는 데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간기업에 비해 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가 심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직사회의 조직문화와 성희롱이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공공기관이 직장 내 성희롱을 축소 또는 은폐하고, 가해자를 경징계로 사건을 종료했다는 응답이 민간사업체보다 높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소장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번 건 역시 축소·은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남도는 김 소장에 대한 감사를 직접 진행하여 문제가 드러나면 인사처분과 함께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