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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70) 제24화 마법의 돌 70

‘나츠코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사입력 : 2019-04-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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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분홍색 바탕에 꽃무늬가 화사했다.

“죄송하지만 연락처라도….”

“나는 대구에 있어요.”

“대구로 찾아갈게요.”

여자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한 달 후 대구역 앞에 있는 제과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제과점에 갔을 때 여자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츠코라는 이름의 여자였다. 이재영은 그녀와 식사를 한 뒤에 여관으로 갔다. 나츠코는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격렬했다. 나츠코는 대구에서 이재영과 사흘을 지내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재영은 때때로 그 여자를 생각하고는 했으나 다시 만나지 않았다. 일본에 갈 때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나츠코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재영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와의 관계는 불륜이다. 관계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점심 때 후자와라가 찾아왔다. 그는 미분을 한 상자 가지고 왔다. 미분을 몇 개 꺼내서 류영에게 보내 사용해 보라고 했다.

“식사를 하러 가시지요.”

이재영은 후지와라와 함께 중국요리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시멘트 사업 말이오. 나하고 같이 하지 않겠소?”

후지와라가 노골적으로 이재영의 의향을 타진했다.

“아직 사업을 하겠다는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재영은 난처해졌다. 후지와라와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단양에 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오?”

“석회가 나오는 산입니다.”

이재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석회가 나오는 산은 있다. 그러나 시멘트사업은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철저하게 기획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판매처는 내가 책임지겠소.”

“그렇다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좋아요. 빠르게 알아보시오.”

“시멘트 기술자를 구해야 합니다.”

“내가 일본에서 데리고 오겠소.”

이재영은 후지와라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아야 했다.

“나는 이상만 믿겠소.”

후지와라는 이재영과 악수까지 하고 돌아갔다. 이재영은 고민이 많아졌다.

‘과연 시멘트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시멘트는 조선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었다.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농수로도 만들고 길도 포장하고 있다. 다리도 놓고 벽돌도 찍었다. 시멘트의 활용도는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헌데 지금은 전쟁 중이지 않은가?’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게다가 시멘트는 기간산업에 대량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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