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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진주 방화·살인 희생자 합동영결식

유족들 눈물 쏟으며 슬픔 토해내

기사입력 : 2019-04-23 22:00:00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희생자 5명 가운데 4명에 대한 장례가 치러진 23일, 참극으로 세상을 등진 희생자들이 영면하기 전 마지막으로 찾은 영결식장 곳곳에선 끝 모를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고인들과 생전 각별했던 이들은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내내 애써 눈물을 삼키다 끝내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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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살인사건 희생자 4명의 합동영결식이 열린 23일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이 안타깝게 희생된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3일 오전 10시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 방화살인범 안인득(42)이 휘둔 흉기에 안타깝게 희생된 숨진 5명 가운데 A씨(64·여)와 손녀 B양(12), C씨(58·여), D(18)양 등 4명의 합동영결식이 시작되면서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슬픔을 토해냈다. 생전 함께했던 아파트 주민들과 시민들도 참석해 숨죽여 눈물을 훔쳤다.

이번 참사로 딸과 시어머니를 잃었고 자신 또한 중상을 입은 B양의 어머니는 환자복을 입고 영결식에 나와 국화꽃으로 둘러싸인 딸과 시어머니의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희생자들의 영정을 앞세워 빈소를 나선 유족들은 운구차로 옮겨지는 관을 쓰다듬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 관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아내며 주저앉았다. 장례식장 밖에도 많은 시민이 모여 착잡한 표정으로 이들이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합동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차가 화장장으로 향하기 전 B양은 학교에 들렀다. 마지막 등교였다. 불과 여드레 전까지 뛰어놀던 정든 운동장을 검은색 운구차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심히 한 바퀴 돌아 멈춰 섰다. B양의 영정을 가슴에 안은 언니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내디뎌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운구차가 교정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미리 나와 숨죽여 흐느끼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웃고 있는 B양의 영정 앞에서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손으로 적은 편지를 운구차에 타고 있던 B양의 아버지에게 전달하며 또 한 번 오열했다.

“잘 가. 이제 무서워 마.”

B양이 마지막 등교를 마치고 화장장으로 향하는 길. 친구들은 운구차가 빠져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멈추지 않는 눈물로 마음 따뜻했던 친구와 작별했다. 흐느껴 우는 아이들을 지켜보던 선생님들도 이들의 등을 토닥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시각장애를 겪으면서도 사회복지사를 꿈꾼 D양의 운구차도 화장장으로 가기 전 학교를 들러 친구들과 함께했다.

붉은 천이 덮인 관이 운구차에서 화장장으로 옮겨지자 곳곳에서 오열이 터져나왔다. 유족들은 관이 화장장으로 서서히 들어서자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화장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린 유족들은 희생자들을 가슴에 묻었다.

화장이 진행되는 내내 한 유족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거센 비가 내린 이날 오후, 유골함을 든 유족들은 차량에 올라 각각 장지로 향했다.

도영진·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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