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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고려장- 김호일(창녕향교 전교)

기사입력 : 2019-04-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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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조상을 숭배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민족이었다.

그러나 100세 시대가 돼 노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70세가량 된 분들을 보고 옛날 같으면 벌써 고려장을 하였을 텐데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요즘 현대판 고려장이라 하여 부모들이 제 발로 걷지 못하면 부모를 태워 산골짜기가 아닌 노인요양시설로 보낸다. 이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문명 속에서 자식들이 부모의 노환을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니 요양시설에는 노인들로 성업을 이룬다. 어떤 이는 요즘 죄지은 사람이 하도 많아 염라대왕이 그 죄를 추궁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 저승 갈 대기자가 요앙원에서 밀린다고 농담한다.

그러면 고려장은 과연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오로지 효를 근간으로 하는 유교 경전을 교육으로 삼아 왔기에 고려사 형법지 공식편(公式篇)에는 부모의 간병을 위한 관리들의 휴가를 200일까지 주어 효친사상을 고양했다고 하니 부모를 산속에 버리는 제도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잡보장경(雜寶藏經) 기로국조(棄老國條)에 옛날 기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는 노인을 모두 멀리 내다 버린다는 제도가 있어 이가 와전돼 기로장이 고려장으로 바뀐 것이라고도 한다.

지금 만약 고려장 제도가 있다면 긍정적인 면도 한편 없지 않을 것이다.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한 노인에게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며, 고려장 나이인 70세가 가까워지면 노인은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가기 위해 선심을 베풀 것이고, 자식들은 가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 효도를 다해 순화된 사회가 될 것이다.

한편 고려장을 하면 지게 대신 차에 부모를 태워 고려장 장소로 갈 것이다. 그러면 농촌 마을은 90%가 고려장을 당해 폐허가 될 것이며, 산골짜기에는 고려장으로 실려 온 노인들이 마을을 이룰 것이며 필자 또한 이 글을 쓰지도 못하고 지금 산골짜기에 가 있을 것이다.

김호일 (창녕향교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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