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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신질환 치료받게 하자-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19-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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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형이 감경되는 심신 미약 등의 판정을 얻기 위해 조현병으로 둔갑하려는 강력 범죄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경우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청원에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했다.

정신질환 때문에 가해하는 이들은 엄벌해 마땅한 범죄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치료를 제대로 못 받은 아픈 사람이기도 하다. 진주 피의자의 경우 2010년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처음으로 받은 이후 약 5년간 정신질환 진료를 받았지만 방화·살인 범행 이전 2년 9개월간은 병원에 다니지 않았다.

많은 연구와 사례로 보면 정신질환자도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사회화 치료를 병행하면 독립적이며 스스로 관리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치료받지 않으면 악화될 뿐이다.

정신질환자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신질환자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이 퇴원 환자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넘기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중증 정신질환자는 퇴원 후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해 관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환자의 비율은 전체 중증 정신질환자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외래치료를 강제하는 외래치료명령 역시 현행법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보호자 동의를 받아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명령 심사를 청구한 뒤, 지자체에서 심사위원회를 열고 명령 여부를 결정한다. 의료진이 외래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보호자가 반대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보호자가 정신질환 치료에 대해 기피하거나 관심이 낮을 경우 환자는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이게 된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최근 1년 동안 외래치료명령을 받은 환자는 4명에 불과하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4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관리 사각지대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통과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일부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직권으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종전 ‘외래치료명령제도’의 명칭을 ‘외래치료지원제도’로 변경하고, 그 치료 지원 대상을 현행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입원·입소자에서 퇴원·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까지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정신질환자 범죄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단, 지역 정신보건복지센터와 관리인력 확충 등 개정안이 착근되기 위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중 또 누군가 정신질환자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인들의 지원을 촉구한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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