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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뺏고 거래 막고- 정상철(창신대 부동산대학원장)

기사입력 : 2019-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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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가 실수를 하면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 생기고, 재단사가 실수하면 새로운 패션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실수를 하고 정권이 실수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국민만 골탕을 먹게 된다.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심각한 지방 주택시장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90% 정도가 지방이다. 경남에도 빈집이 수두룩하다. 불꺼진 아파트도 천지다. 거기다 깡통주택,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한몫했다. 작년 9·13종합대책 이후 세금이 크게 오르고 주택담보대출도 엄청 까다로워졌다. 이는 부동산 거래 숨통을 막았고 결국 거래절벽 현상을 초래했다. 설상가상 경남지역 집값도 뚝뚝 떨어지면서 도내 부동산시장이 초토화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지방의 주택경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안정화돼 가고 있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안일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작년 국민 호주머니에서 걷힌 세금이 37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1년 전보다 32조원 이상 늘었다. 양도소득세도 예측보다 7조7000억원이 더 많이 걷혔다. 이쯤 되면 세금은 뺏고 거래는 막은 꼴이 됐다.

지금 경남지역은 기반산업의 지속적인 침체에 맞물려 주택시장은 동맥경화다. 한 달에 한 건도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 중개업소가 비일비재하다. 기존 집이 안 팔려 새 아파트에 이사를 못 갈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싸게 내놔도 구매자가 없어 울상이다.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지역경제 회복 차원의 정책개발과 역량집중이 필요할 때다. 가만두면 지방발 공포가 온 나라를 휩쓸 수도 있다.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절벽은 지역경제에도 치명타를 남길 수 있다. 집을 사고팔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삿짐, 인테리어 업계 등 서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규제책만 있을 경우, 거래는 실종되고 내수경기 악화를 부채질해 지역경제는 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아파트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면 무엇보다 거래단계의 세율을 낮추는 게 맞다. 재산세 등의 보유단계의 세금이 자꾸 오르면 당연히 취득세나 양도세 등의 거래단계의 세율을 낮춰주는 게 맞다. 거래세를 내려 숨통을 틔워주는 게 정상이다. 꼭 투기목적이 아니라면 대출규제도 완화해 거래가 활발하도록 숨통을 틔워줘야 정상이다.

노래자랑 대회에서 앞에 나온 사람이 노래를 썩 잘 부르지 못하면 뒤에 사람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웬만큼 불러도 잘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 정부들도 부동산정책에는 한결같이 실패했다. 따라서 현 정부는 웬만큼만 하면 잘한다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독 중에 독이 양잿물이다. 한 모금이면 어지간한 생물은 다 죽인다. 염산도 그 못지않다. 닿는 것마다 녹여버린다. 성질도 상극이다. 한쪽은 알카리성 맹독이고 다른 쪽은 산성 독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독을 적당히 섞으면 어떻게 될까. 마셔도 아무 탈이 없다. 꼭 필요한 소금물이 된다. 화학적으로 말하면 염과 산의 중화다. 사물에서의 극과 극은 이렇게 조화된다.

부동산정책에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규제와 완화의 적절한 조화다. 투기는 막되 거래는 활성화시키는 조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은 열받지 않는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