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동남권 관문공항 ‘가덕도 신공항’ 수순 밟나

검증단 “김해신공항 불가… 새 입지 선정해야”

‘신공항 갈등’ 다시 불붙나

기사입력 : 2019-04-24 22:00:00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이하 검증단)’이 24일 김해신공항은 복합적인 문제로 시행이 불가해 새로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면

메인이미지
24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최종보고회’에서 송철호(왼쪽부터) 울산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정호 국회의원이 국무총리에게 전달할 건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경남도/

◆검증단, 새 입지 거론= 검증단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3개 시·도 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보고회를 열고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안은 안전, 소음, 용량, 환경 등의 복합적인 문제로 시행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토부의 2009년과 2016년 조사결과에서 공통으로 제시된 복수후보지(밀양, 가덕)를 대상으로 하면 조기에 입지 선정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복수후보지라고 언급했지만 경남도는 입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고,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라 대구·경북지역에서 요구하는 대구공항 통합이전만 성사되면 ‘가덕도 신공항’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단은 이날 총리실에 이러한 문제를 판정할 ‘동남권 관문공항 정책 판정위원회’ 설치를 건의했다. 검증단은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가 지역 간 갈등, 정부 부처 간 갈등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국정을 조정하는 총리실에서 이번 검증 결과를 근거로 항공정책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리실에서 판정위원회를 설치할지 여부가 불명확하지만 판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김해신공항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증단은 그동안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 치중하면서 새 입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는 밀양-가덕도를 놓고 10년 넘게 5개 지자체(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 입지까지 밝히면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한발 더 다가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게다가 공항업무를 국토부에 맡겨두지 않고 부울경이 공동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총리실 판정위원회에서 신공항 기능과 개발 방향을 제시하면 주무 부처와 부산·울산·경남이 참여해 공동으로 새로운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련 지자체가 건설비 등을 분담해 신공항 건설에 직접 참여하는 등 정부와 지역이 공동으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관련 지자체는 건설비 분담 등으로 신공항 건설에 참여하고, 정부와 함께 신공항과 관련된 배후교통망, 공항복합도시, 복합수송체계 등을 추진해 신공항 건설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나고야 지역의 주부국제공항 건설 사례 참조를 예로 꼽았다. 주부국제공항은 해상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만든 공항으로 지난 2005년 일본 최초로 민간운영 국제공항으로 개항했다. 민간기업이 50%를 출자했고, 중앙정부가 40%, 지방정부가 10%를 출자했다.

◆경남도 입장= 도는 검증단 일정에 따르는 것 외에는 여전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경수 지사도 입지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해신공항 반대는 가덕도 신공항 찬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따라서 도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경남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경남 위주의 트라이포트(항만, 철도, 공항) 구축이 필요한데 항만에 이어 공항까지 부산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는 이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는 “김해신공항은 그동안 6차례 검증했으나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 났는데 갑자기 7번째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검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제 신공항 문제는 갈등 이슈가 아니라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이 함께 상생하고 수도권과 동남권이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음 민원 등이 많은 공항을 유치하기보다 실리를 찾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국책사업인 제2신항도 경남에 조성하는 것으로 확정된 마당에 부산시에서 어떤 양보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부 반박=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신공항기획과는 이날 오후 곧바로 자료를 내고 ??(검증단의) 검증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증단에서 소음, 안전 등에 대해 우려하는 만큼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발표된 부울경 검토의견을 다시 살펴보고 합리적 의견은 수용하는 등 김해신공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될까= 검증단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비용이 많이 들고 남쪽 끝에 위치해 접근성에 문제가 있어 지난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에서 경쟁지였던 밀양보다도 100점 이상 점수가 낮았다. 따라서 김해신공항이 문제가 많아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면 밀양이 1순위가 되는 것이 순리이다. 국가 재정도 문제다. 영남권에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 통합신공항 등 2개의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밀양은 영남권 5개 시도 모두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다.

수년간 갈등 끝에 5개 광역지자체가 합의해 결론을 내린 사안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쟁점화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시각도 있다. 공항 입지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총리실이 결정권한의 주체가 되어 검증단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검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검증단을 꾸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김해신공항 사업을 폐기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은 다른 국책사업 추진에도 나쁜 선례가 될 것이고, 또 다른 갈등을 유발시켜 사회적 비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입지 사전 타당성부터 후보지 선정까지 등 모든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훈·김한근 기자 leejh@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훈,김한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