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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조현병 환자 함께 사는 방안은 (하) 해법

지역사회 '정신보건 역량' 강화해야

정신복지 투자 늘리고 인프라 연계

기사입력 : 2019-04-28 22:00:00

조현병 환자의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우리가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정신보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적으로 정신보건 예산 확보와 지역사회 인프라 연계, 그리고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유병률 1%에 달하는 조현병의 경우 강력한 격리나 배제만으로는 궁극적 예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메인이미지자료사진./픽사베이/

국립부곡병원 이영렬 원장은 "지난 2017년 환자들의 인권에 초점을 맞춰서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개정됐는데, 법만 개정되고 법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에는 전혀 투자가 없었다"며 "WTO 권고안을 토대로 선진적인 법을 만들었는데 다시 강제입원 강화 등으로 역행할 수는 없다. 선진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신복지에 대한 투자를 시급히 늘려야 되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신보건 시스템 확대=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지역의 정신보건 정책의 중심에 있는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량 강화다. 경남의 경우 등록된 정신질환자가 1만3249명인데 비해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21개의 광역·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 종사하는 직원은 121명에 그친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복지사 한 명당 적정 환자수는 20명 이하이지만, 경남에는 복지사 한 명당 10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강화해야 한다.

도내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근무자는 "정신보건센터 복지사들 근속연수가 3년이 채 안 된다고 들었다"며 "일에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업무량이 너무 방대하고 고되기 때문에 길게 일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환자 맞춤형 지원 병행돼야= 지역사회가 정신질환자를 고립·배제하는 방향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고, 치료를 마친 후에도 지역사회에 안전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지원 및 가족들을 위한 지원과 사회적응을 위한 재활 지원 등 다각도에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조현병 환자가 안전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지만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정신질환자 관리의 선순환적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지원 및 가족들을 위한 지원과 사회적응을 위한 재활 지원 등 다각도에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조현병 환자가 안전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지만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정신질환자 관리의 선순환적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영렬 원장은 “최근 진주와 창원에서 잇따른 사건으로 선량한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며 “조현병 환자라도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대부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나서서 환자들을 위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환자 관리 통합 인프라 구축= 체계화된 정신건강 응급대응 시스템 구축도 과제다. 특히 자·타해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관리나 개입에 우선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단체장에 의한 입원 및 외래치료 지원 및 응급입원 등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긴급 좌담회: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에서 “아파트나 집합건물 등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자·타해 위험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 대해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러한 신고를 24시간 받은 뒤 적절한 위기개입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로 구성된 응급대응팀이 필요하다”며 “응급대응팀이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경우 경찰과 119구급대를 불러 응급입원을 시키되, 악화된 증상을 완화·진정시키는 위기 쉼터 마련 등 입원 외에 위기상황 대처 선택지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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