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진단] 복수노조 허용 8년 이대로 괜찮은가

‘교섭창구 단일화’ 악용해 갈등 부추겨

교섭선택권 가진 사용자 노조 차별

기사입력 : 2019-04-30 22:00:00

지난 2011년 7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지 8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당초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가 부당노동행위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129주년 노동절을 맞아 노동계가 지적하는 복수노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복수노조제도는 지난 2011년 7월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허용, 시행 8년째에 접어들었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대표노조 한 곳을 정해 사측과 교섭하는 방식인데, 사용자 측에 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를 정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이 가장 많은 과반수 노조가 대표 노조가 된다. 각 노조가 개별교섭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사용자 동의가 필요하다.

메인이미지자료사진./픽사베이/

노동계는 ‘교섭선택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까닭에 사용자 측이 교섭권을 빼앗는 수단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면서 노사갈등, 더 나아가 노노갈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자신들과 친화적인 노조가 다수 노조일 때 창구단일화를 거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개별교섭을 택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복수노조 실태 및 대응과제 연구’ 보고서에도 교섭창구 단일화로 인해 노사관계, 노노관계, 노조활동 측면에서 노동조합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야기한다고 지적하며 노동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지역 노동계는 경남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허용한 복수노조제를 악용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창원의 A사업장에서는 사측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중하거나 조합원이 모일 수 있는 기초적인 사무실조차 제공하지 않는 방식, 창원의 B사업장은 사용자가 승진제도로 인사상 불이익과 경제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C사업장은 사측이 노조를 탈퇴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조를 길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현행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와 개별교섭 시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30일 “노조법상 복수노조 제도가 불러온 문제의 핵심은 교섭대표노조에 교섭권과 쟁의지도권, 단체협약 체결권까지 배타적으로 부여해 소수노조는 조합원 숫자에 관계없이 이 과정에 개입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어 소수노조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점이다”며 “교섭 선택권이 사용자에 있는 현행 제도는 노조차별행위가 명백한 만큼 법 개정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없애야 하며, 현 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교섭대표노조의 각종 체결권 행사를 소수노조가 견제하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적어도 노동부가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