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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죽음까지 외로운 삶 늘어나는 고독사 (상) 현황

빈곤·불화·단절… 도내 매달 11명 ‘무연고 사망’

2015년 76명→2018년 140명 늘어

중장년층 남성 집중…여성의 3배

기사입력 : 2019-05-01 22:00:00


장사 등에 관한 법률상 무연고 사망자는 부모·자녀·배우자·형제·자매 등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을 말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침을 통해 연고자가 있음에도 이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까지 무연고 사망자로 포함해 지자체가 화장·봉안 등 행정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가족과의 단절로 시신 인수조차 거부되는 우리 이웃들이 대부분인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본지는 살아서도 쓸쓸했던 우리 이웃들이 망자가 돼서도 고독한 길을 떠나야 하는 무연고 사망자의 도내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끌어안을 방법에 대해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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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공원묘원 마산영생원 봉안당에 무연고 사망자 유골함이 안치되어 있다./성승건 기자/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 창원의 한 월세방에서 김기남(가명·67)씨가 숨진 지 20여일 만에 발견됐다. 집주인이 방세가 밀렸는데도 깜깜무소식인 김씨를 찾아왔다가, 역한 냄새에 놀라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해당 지역 통장이 4월 초 만난 김씨가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수년 전 가정불화로 가족과 헤어진 뒤 지금껏 홀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1년 넘게 암투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듯 ‘아무도 오는 사람 없이 고독과 외로움에 묻혀 살아왔다.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사후에는 저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화장해 뿌려달라’는 내용의 유서만 남겼다. 김씨와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유가족은 시신 인수를 원치 않았다. 경찰은 부검을 마치는 대로 지자체에서 김씨를 무연고 사망자로 행정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일 경남도로부터 받은 ‘경남도내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내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 2015년 76명, 2016년 90명, 2017년 84명, 2018년 14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15년 1676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2549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경남에서는 매월 11명, 전국적으로는 매일 7명꼴로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중장년층의 남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원을 알 수 없는 9명을 제외한 나머지 무연고 사망자 131명 중 남성이 98명으로, 여성 33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남성이 88명으로, 신원미상의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67.1%를 차지했다.

문제는 연고자가 있음에도 이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 또는 기피하면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 경남의 무연고 사망자 중 시신 인수가 거부·기피된 망자는 86명으로, 3분의 2에 가까운 61.4%로 집계됐다. 시신 인수 거부·기피된 경우에서도 남성이 66명으로 여성 20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50~59세 사이 남성에서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이 17명으로 뒤를 이었다. 여성은 70세 이상에서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고아가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 가족 연고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가정을 책임져야 할 중장년층의 가장이 경제 능력이 없거나 불화로 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사실상 무연고가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사례가 대다수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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