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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기타 치는 ‘힐링 전도사’ 이국성 양산시청 동물보호과장

“언제든 음악이 필요하면 어디든 기타 메고 갑니다”

기사입력 : 2019-05-02 22:00:00


딱딱한 공무원이라는 이미지보다 기타 치며, 하모니카 부는 가수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는 양산시청 이국성(58) 동물보호과장. 그는 직원들에게 평소 업무에 열정적이며 최선을 다하는 부지런한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누군가 연주를 요청하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 기타, 하모니카 음률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며 힐링을 제공하는 ‘이벤트의 왕’으로 카리스마 있는 연주자로 변한다. 뿐만 아니라 음악의 힘, 음악이 주는 감동을 믿는 그는 주민들을 위한 기타교실을 열어 봉사도 마다하지 않아 친근한 동장으로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무관(5급)으로 승진해 2017년 10월 덕계동장으로 부임하고 지난 3월 말 동물보호과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그는 ‘동장님’이라는 호칭보다 ‘기타 치는 가수’로 더 익숙하고 사랑을 많이 받았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처음 기타반을 개설해 20명은 계속 수강 중이고, 본인이 직접 동사무소에서 지역인사 15명을 대상으로 1년 넘게 야간 통기타 특강을 개최해 통기타 붐을 일으켰다.

또 2017년 말 웅상종합사회복지관의 자원봉사자, 후원자를 위한 송년회에서 직원 8명과 합동공연을 열었고, 이듬해 덕계동 문화축제와 후원인들을 위한 송년행사에서 공무원 중 가수 3명을 선발해 공연을 벌이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타연주를 통한 음악을 주민들에게 선물해 온 숨은 재능기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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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시낭송 행사에서 이국성 양산시청 과장이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이 과장의 재능기부는 끝이 없다. 특히 자신의 업무와 연관된 음악회를 열어 왔는데 2013년 자신이 직접 공사감독을 한 동산장성길 준공식 때 숲속음악회를 열었고, 3년 동안 땀을 흘린 황산공원에서 야외음악회를 통해 기타, 하모니카 음률을 선사했다.

그는 기타 예찬론자이다. 기타가 멜로디, 하모니, 리듬을 골고루 갖춘 최고의 악기라고 확신한다. 특히 20여 년간 주변 지인에게 기타 선물을 통해 작은 기적을 경험했다. 사업이 힘든 후배, 친구, 병을 앓고 있거나 홀로 외롭게 사는 지인 등 10여명에게 기타를 선물했다. 그 기타를 연주하면서 삶의 의욕을 얻은 친구가 은둔생활을 마치고 친구모임에 나오기도 했고, 홀로 있다가 가족과 연락이 닿아 재회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는 통영의 욕지도 출신이다. 외로운 섬소년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에 심취하게 된 것은 당시 류종선 음악선생님이 “사람은 누구나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쳤는데, 당시 음악재능이 있는 섬소년은 리코더를 완벽하게 연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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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성 과장이 중국 교환직원들과 중국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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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성 과장이 양산시청 동물보호과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 하모니카 소리에 반한 그는 한 달 동안 신문을 배달해 받은 돈으로 하모니카를 구입해 섬에서 최고로 하모니카를 잘 부는 소년이 되기도 했다.

염소 먹이러 가서 바위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면 또래들이 수십명 몰려와 바닷바람에 실려가는 음률에 빠져들고, 노래를 따라부르던 그때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고교 2학년때 친구가 형에게 선물받은 기타로 연주한 ‘엘 콘도르 파사(철새는 날아가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그는 용돈을 아껴서 모은 5000원으로 기타와 교재를 구입해 독학으로 기타연주를 습득했다. 그리고 고수가 되고 싶어 이름난 기타 연주자를 여럿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열정 덕에 20대 초반 그는 악보 없이 300여 곡을 거뜬히 연주할 정도의 실력가가 됐다.

이 과장은 음악 예찬론자이다. “음악은 공기와 같은 것입니다. 누구나 콧노래를 부르며 살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 과장에게 기타는 인생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는 악기이다. 인류에게 기타가 가지는 의미, 배우는 방법 등을 깨알같이 늘어놓는다. 기타의 종주국은 스페인이지만 6500년 전 8줄로 된 ‘수마트라’라는 악기가 그 전신이라는 설도 있다. 가장 오래된 악기의 하나이고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악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기타를 배우거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소질이 없다느니 손가락이 짧다느니 등의 핑계는 아예 접어두라”는 부탁이다. 두 팔이 없는 사람이 발가락으로 기타를 쳐서 교황께서 감동한 이야기는 지금도 인터넷상에 공개되고 있고, 왼손가락이 두 개뿐인 사람이 세계 초일류 기타리스트가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타의 장점은 정말 많다. 휴대하기가 쉽고 때와 장소에 따라 소리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생활음악을 하기에 가장 알맞은 악기이다. 이 과장의 경우는 이십년 넘도록 아파트에서 새벽에 연주를 해도 단 한 번도 불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능숙해지면 무한대로 소리 크기의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과장이 좋아하는 음악은 여느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이한 것은 나이에 맞지 않게 동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동요를 부르면 설레고 유년시절의 기억이 전부 떠오른단다. 초·중·고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들을 전부 기억하고 기타로 연주하기도 한다. 동요와 팝송, 포크송을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노래실력은 큰 무대에 내놓을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고 슬쩍 고백하기도.

2005년 서유럽 배낭여행 때에는 밤 시간 파리의 세느강 유람선상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해 많은 외국인 승선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며 당시 함께 여행했던 양산시청 직원들이 들려준다. 금강산 여행지에서도 삼일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하모니카 연주로 북한 안내원과 여행객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등산로, 공원정비 등 야외현장 근로자가 많은 곳에서도 이국성 과장의 기타와 하모니카는 지친 이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위안거리가 됐다.

지난해 사무관 교육 중에도 전주시에 소재한 요양병원에서 팀원들과 함께 재능기부를 했고, 수료식 날에는 전국 330명의 사무관이 모인 자리에서 솔로공연을 해 양산시를 알리기도 했다.

이 과장은 만나는 지인 모두에게 기타 배울 것을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과장의 소개로 악기상과 공장을 통해 염가로 악기를 구입하기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기타 치는 것을 자신의 일인 양 좋아한다.

이 과장은 직장에서,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기타와 하모니카로 해결하는 때가 많았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에게는 늘 기타를 배울 것을 권하는 이 과장은 3개월 완성, 6개월 만에 포크송 연주 등 이런 달콤한 말들은 듣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힘들지 않게 기타가 몸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간단한 음악이론도 공부해야 기타리스트로서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퇴직 후 자신의 꿈은 라이브 음악을 하는 찻집을 경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둑, 다도, 음악이 주로 하는 취미인지라 제2의 인생을 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공직생활 동안 함께했던 이들은 반값에 이용하도록 한다는 때이른 마케팅 전략도 웃으며 소개한다. 이 과장은 “차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에게 기타도 가르치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소망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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