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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태홍(BNK 경남은행 상무)

기사입력 : 2019-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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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총은 대포를 휴대용으로 소형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초기의 소총은 초기의 대포가 그랬던 것처럼 총구를 통해 화약과 총알을 넣고 꼬질대로 화약을 다진 다음 심지에 불을 붙여 발사시키는 구조였다. 이른바 ‘전장식’이다. 임진왜란 당시의 조총이나 이후 널리 쓰여진 화승총 들이 전장식의 대표적 모습이다.

1500년대 중반 유럽에서 전장식 소총이 쓰이기 시작한 이후 유럽각지에서 발발한 많은 전쟁과 미국 독립전쟁을 겪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당연히 총은 총구를 통해 장전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중 1800년대 중반 후미장전식 소총이 개발되었다. 총구가 아닌 총의 후미를 통해 총알을 장전하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가 무려 300년 만에야 채택되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 즈음인 1868년,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7주전쟁이 발발하였다. 이 전쟁의 중요 분기점이 되었던 쾨니히그레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는 1만5000명의 전사자를 기록하며 대패한 반면, 프로이센은 약 13%인 2000명의 전사자만을 내며 대승을 거두었다. 이 전투의 승리는 비스마르크에 의한 프로이센 중심 독일통일의 서막이 되었다.

전투에서 양국의 승패를 가른 것은 뜻밖에도 총알을 장전하는 방식이었다. 전장식 소총은 긴 총구에 화약과 총알을 장전해야 하는 탓에 기본적으로 일어선채로 전투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장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매우 숙련된 경우라도 분당 2발을 발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후미장전식은 총구를 세워 화약을 넣거나 꼬질대로 쑤셔 화약을 다져야 할 필요가 없기에 엎드려 쏘기가 가능하였다. 또, 장전 속도도 빨라 분당 5발 정도까지 발사가 가능하였다. 엎드려 엄폐/은폐한 적이,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적을 상대하는 그날의 전투 양상은 일방적 살육에 가까울 정도로 처참하였을 것이다.

‘변화와 적응’이란 이렇게 섬뜩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돌을 깨트려 사용하던 구석기시대가 돌을 갈아서 사용하던 신석기시대로 변하는 데 250만년이 걸렸고, 소총 장전방식 변화에도 300년이 걸렸지만, 현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변화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

산업전반의 변화, 특히 Digital Transformation과 연관된 무인화, 자동화, 디지털화, 모바일화의 변화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면 노년층이다.

은행만해도 영업점 숫자가 줄어드는 한편 지점을 통한 대면거래가 전체의 10% 미만이 될 만큼 급격한 비대면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신규 상품의 상당수가 모바일 전용으로 출시되는 등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노령층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로 각종 안내메시지의 느린말서비스 제공, 모바일뱅킹에서 큰글씨 메뉴나 AI가 적용된 음성명령 서비스 제공 등을 시행하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흡족하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노년층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있다. 스마트폰이나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IOT(사물인터넷) 연결로 작동법이 매우 어려워졌고, 작은 식당이나 목욕탕까지도 접수직원을 키오스크로 대체하는 추세는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에 심각함을 더한다.

이러한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들이 메뉴의 구성 등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노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막기 위한 세심한 고민을 하여야 한다. 또, 노년층이 디지털 세상의 일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들이 노년층에 대한 디지털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개설토록 하는 등,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노년층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대책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 하는 작업이 더 늦지 않게 시작되어야 한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안태홍 (BNK 경남은행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