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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부산시의 양보(?)- 이종훈(정치부장)

기사입력 : 2019-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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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와 부산시는 한 뿌리에서 자란 ‘형제 도시’이다. 부산시가 1963년 직할시가 되면서 분리해 나갔으니 경남도는 형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50년 넘게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형제지간의 우애는 사라진 지 오래됐고 힘 있는 동생(부산)은 형님(경남) 땅을 가져가기도 했다. 나라에서 큰 사업이 떨어져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사안이 발생하면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고 싸우기까지 했다.

얼마 전 부산시에서 제2신항 입지를 진해 제덕만으로 확정하는 협약식이 있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제2신항 입지를 두고 올해 초까지 대결 양상을 보였었다. 부산은 ‘가덕도’, 경남은 ‘진해 제덕만’을 주장하면서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용역 결과 진해 제덕만이 여러 가지 면에서 우수하다는 결론이 나와 제2신항 입지로 최종확정이 됐다.

그런데 부산지역에서는 경남에 양보를 했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입지 면에서 경남이 우수해 결정한 것인데 양보했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번 협약식에서 경남도는 입지와 명칭 등에서 실리를 얻었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협약안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제2신항 명칭은 부산항 하위항만으로 ‘지역명’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영문 명칭은 세계적 브랜드를 고려하고 부산시의 입장을 반영해 ‘Busan New Port’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제2신항 명칭을 ‘창원(진해)신항’ 등으로 할 수 있지만, 대외 공식 명칭은 ‘부산신항’으로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진해지역의 반발이 있었지만 1조원 건설 규모의 LNG벙커링터미널도 부산 가덕도 남컨테이너 부두 인근에 건설된다. 해양문화공원도 창원시 진해구 연도와 부산 가덕도에 분산, 조성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양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가덕도 신공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제2신항을 경남에 양보했으니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최종보고회에 참석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주력하고 있는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힘을 실어줬다.

김 지사가 제2신항과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오 시장과 ‘나눠먹기 협약’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왔기 때문에 김해신공항 반대는 가덕도 신공항 찬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따라서 도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월간전략회의서 김 지사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경남도도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혀 주목이 되고 있다.

부산시는 그동안 경남도와 여러 차례 상생협약을 맺고 손을 잡았지만 부산지역에 이득이 되는 국책사업 등은 경남을 배려하지 않았다. 김해신공항이 소음 등으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다면 부산 가덕도보다 입지가 우수하다고 결론이 난 경남 밀양이 우선이다.

소학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평생 길을 양보한다 해도 백 보가 되지 않을 것이고, 평생 논두렁을 양보한다 해도 한 마지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의 이번 양보가 대가 없는 아름다운 미덕이 됐으면 한다. 양보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보편적 가치이다.

이종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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