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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정신질환자 사법관리시스템 시급”

진주참사 한달… 전문가 인터뷰

국립부곡병원 이영렬 원장

정부 ‘우선조치방안’ 대책 아쉬워

기사입력 : 2019-05-16 22:00:00


진주 방화살인사건 발생 한 달을 맞아 만난 이영렬(58·정신과 전문의·사진) 국립부곡병원 원장은 “제2의 안인득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이들의 범행에 즉각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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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안인득(42)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6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건 이후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 확보가 사회적 과제로 남았다. 이에 참사 한 달을 앞둔 지난 15일 보건복지부에서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및 정신재활시설 확충과 24시간 응급개입팀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 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관리 시스템 구축이 빠져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안인득과 같이 전조증상을 보이는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에 대한 범죄 이력을 확인하고 개입할 수 있는 경찰의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안인득 사건의 경우 조현병으로 인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하는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정신질환자였음에도 일반인처럼 관리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기본적인 신원조회에서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의 정신병력 기록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의 경우 공중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증 전염병 환자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같이 관리돼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의 기준을 △범죄기록이 있는 정신질환자 또는 △비자의에 의한 입원기록이 있는 정신질환자로 분류했다.

또 이 원장은 “잇따른 조현병 환자 강력사건으로 조현병 환자를 모두 중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시각에 치료를 잘 받고 있는 많은 조현병 환자와 가족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고위험 환자들이 철저히 관리된다면 위험하지 않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시각들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참사 이후 변화에 대해 “병원 사법병동에 경찰에 의해서 행정입원 하는 고위험 환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또 경남도와 경찰, 소방, 전문기관이 협의해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은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참사 이후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에 나섰던 이 원장은 사후 서비스가 최소 3년 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참사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 목격자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상담 서비스는 그들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진주보건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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