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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남부내륙철도 의령역, 뜬금없는 일인가?- 허충호(함안의령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19-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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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내는 좋은 소재다. 동요 ‘기차길 옆’(윤극영 작곡·윤석중 작사)도 그 중 하나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로 구성된 ‘기차길 옆’이 아직도 입가를 맴도는 것은 그저 따라 부르기 쉬워서만은 아니다. 기차라는 존재는 ‘기가차게’ 옛 추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묘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의 또 다른 특성은 노선보다 역으로 더 기억된다는 점이다.

인구 3만도 안되는 의령군에 유례없는 “역사 유치” 구호가 흘러나온다. 폐선로 조차 없는 지역에 뜬금없는 역사라니. 다소 의아하다. 이선두 군수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구호는 오는 2028년까지 건설되는 김천~거제 남부내륙고속전철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각종 단체와 함께 대대적인 캠페인도 전개하고, 설득논리개발을 위한 용역에도 열심이다. 이 같은 역사유치전선에 의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천시, 거창군과 경북의 고령·성주군도 가세했다.

이는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김천과 진주역은 기존 역을 사용하고 합천·고성·통영·거제에 역을 신설해 6역1신호장으로 구성한다는 큰 틀을 감안할때 한참 거리감이 있는 모습이다. 인구 100만을 조금 넘는 창원에 무려 3개의 KTX역사가 설치된 과거 사례마저 떠오른다.

의령역사설치 논거를 살펴보면 ‘지리적으로는 경남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철도,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없어 기업투자 유치에 불리한데다 지속적 인구 감소로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만큼 존립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남부내륙권 성장발판으로 삼는다는 예비타당성조사면제 취지를 들어 지역균형개발차원에서도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타 시 일반 정거장 간 평균거리인 50㎞ 보다 짧은 통영 (14.8㎞), 거제(12.8㎞)도 검토된 만큼 경유지로 역사 건립 계획에 포함된 합천군과 직선거리 23㎞에 위치한 의령에는 왜 역사 설치를 못하냐는 반론도 있다.

의령의 역사유치 주장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지만 평균 설계속도 250㎞의 전철에 ‘가다 서다’ 현상을 유발하는 다중 역사가 바람직한 일인가는 비판에도 귀가 쫑긋한다. 그러나 의령이 이런 호재를 놓쳐 지역의 존립에 상당한 영향이 미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이런 요구와 주장을 그저 ‘타당성’의 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우여곡절을 거쳐 건설이 결정된 남부내륙철도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요, 누이좋고 매부좋은 묘책은 없을까.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는 잘 잘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묘안 말이다.

허충호 (함안의령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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