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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여행의 이유- 차상호(사회부 차장)

기사입력 : 2019-05-20 07:00:00


며칠 전 지인들과 낚시여행을 다녀왔다. 낚시를 잘 하지도 못하고 자주 가는 것도 아니다. 해상펜션 한 곳을 빌려 여럿이서 먹고 노는 게 주목적이기에 정작 이 여행에서 낚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전에도 같은 일행과 고성의 해상펜션을 빌려 낚시를 다녀온 적이 있기에 아주 가볍고 들뜬 마음으로 나선 여행이었다. 낚싯대도 새로 장만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처음 선착장에 모여 배에 짐을 옮기고 매미성을 바다에서 보며 그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 때만 해도 우리 중 누구도 이 여행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다. 방파제에서 불과 10m 정도 떨어졌을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날씨도 좋았다. 아니 좋았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무더웠던 것을 떠올리며 불어오는 바람이 마냥 상쾌하고 시원했다.

▼라면에 햇반, 김치와 양배추 무침 뚝딱 차렸음에도 맛있는 점심을 먹고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아무튼 물에 사는 고기를 낚아 올리며 일행 모두 손맛도 봤다. 그런데 나를 비롯해 하나둘씩 멀미를 했다. 바람은 더 이상 시원한 수준이 아니었고 해상펜션은 사방으로 흔들렸다. 하룻밤 보내기로 했지만 결국 밤에 선장에게 SOS. 황급히 에어비앤비로 거제시내에 숙소를 잡았다. 아무튼 육지로 나왔다. 땅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땅의 고마움을 느끼며 숙소로 향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비하면 쾌적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지만 샤워기는 사방으로 물을 내뿜었고 비도 세차게 왔다. 부엌이든 화장실이든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났다. 비는 호우주의보 수준.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을 계획했으나 문을 닫거나 이 비바람에 테이크아웃밖에 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생고생 했지만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쌓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실감한 우리들.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다음엔 지리산으로~’ ‘이번엔 트레킹이다’라며 또 다음 계획을 짠다.

차상호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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