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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생산과잉으로 가격 폭락 조짐

작황 최고, 값은 최악 양파 ‘풍년의 역설’

전국 생산량 128~150만t 예상

기사입력 : 2019-05-20 22:00:00


합천·창녕·함양 등 도내 양파농가의 올해 작황이 대풍작을 보이면서, 역설적이게도 농민들은 큰 실의에 빠졌다. 가격 대폭락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약 128만t으로 평년의 113만t보다 13%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생산량을 넘어서는 과잉생산량은 약 15만t으로 수확기 산지 가격의 약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농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양파 생산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올해 150만t 정도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추산이 맞다면 과잉생산량은 최대 40만t가량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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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의령군 낙서면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양파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의령동부농협/

◆‘최상’ 작황= 양파농가에서는 올해 양파 작황은 최근 10년과 비교해 제일 좋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지부 강선희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는 노균병·냉해 피해가 있었지만, 올해는 겨울이 따뜻했고 비도 적절할 때 내린데다 밤낮 기온차도 컸다”면서 “양파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진 건 물론 병충해가 생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평균 3.3㎡당 30㎏ 정도의 양파가 생산되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3.3㎡당 40㎏ 정도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도내 양파농가의 중론이다.

◆가격하락 시작= 본격적인 수확까지는 한 달여 남았지만 가격은 이미 연일 하락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일 기준 양파 20㎏(상품) 도매가격은 1만1800원으로 전년(1만6050원)과 평년(1만4550원)에 비해 크게 낮다. 양파 1㎏(상품) 소매가격도 20일 창원 기준 1700원으로 전년(1800원)보다 낮게 형성됐다.

6월 말 양파가 본격 수확되면 현재 1망(20㎏) 6000원에 형성돼 있는 농가 가격은 50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민들이 생각하는 최저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1만1000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가격이다. 이 가격이 현실화되면 도내 7000여 농가가 직격탄을 맞는다. 경남은 주요 산지인 합천 1499농가, 창녕 1070농가, 함양 902농가 등 총 7369농가가 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전국의 22%(4330㏊)로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에 농가 ‘시큰둥’= 정부가 지난 17일 중·만생종 양파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여전하다. 과잉생산량 계산이 차이가 있는데다가 수급조절대책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말 양파 6000t을 포전(밭떼기) 정리한 데 이어 이번에 수매비축 (6000t), 출하정지(1만2000t), 수출지원(1만5000t)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강선희 집행위원장은 “농가는 과잉생산량을 최소 20만t 정도로 예상하는데 정부는 15만t이다. 그 중에서도 수급조절대책은 3만t 분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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