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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줄 사고’ 최종근 하사 영결식

애타는 부름에 하늘도 울었다

“종근아, 우리 종근아, 왜 대답이 없노…”

기사입력 : 2019-05-27 22:00:00


“종근아, 우리 종근아, 왜 대답이 없노.”

27일 오전 8시, 고 최종근(22) 하사의 영결식이 진행 중인 창원시 진해구 해군해양의료원. 영결식의 마지막 순서인 헌화 및 분향이 시작되자 할머니는 손자를 애타게 불렀다.

흐느끼면서 손자의 이름을 애절하게 부르고 또 부르는 할머니를 바라보던 참석자들은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영결식장 바깥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소중한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몸을 간신히 가눌 정도로 심신이 쇠약해져 의료진이 옆에서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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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창원시 진해구 해군해양의료원에서 열린 청해부대 28진 ‘최영함’ 홋줄 사고로 순직한 고(故) 최종근 하사의 영결식에서 해군 장병들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날 영결식은 최 하사의 시신을 담은 관과 함께 유가족들이 뒤를 이어 나오면서 시작됐다. 영결식은 고인의 약력 보고로 시작돼 조사(弔詞) 낭독, 고인의 최영함 동기생 추도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조총 발사 및 묵념, 고인에 대한 경례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박기경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은 조사(弔詞)를 통해 “고 최종근 하사는 청해부대에서 마지막 파병 임무를 수행한 진정한 바다의 사나이였으며, 항상 솔선수범하고 상·하급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모범적인 장병이었다”며 “이제는 세상에서 부여된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종료하고, 영원히 평화롭고 잔잔한 바다에서 가장 멋진 평온의 항해를 하라”고 추도한 후 작별의 경례를 했다.

최 하사와 최영함에서 함께했던 동기생 송강민 병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난 2017년 8월 21일 무더운 여름날 굵은 소나기를 맞으며 부모님께 큰절하고 입대하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훈련소 때부터 파병을 가고 싶다며 같이 공부했었고, 이병 생활부터 파병까지 군생활을 항상 함께해 왔는데 너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만 느껴진다”고 힘겹게 운을 뗐다.

이어 “너는 절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강한 동기였고, 동기들에게 형과 같이 조언을 해주고 솔선수범으로 이끌며 우리에게 항상 힘이 되는 존재였다”며 “네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과 펼쳐보지 못한 꿈은 여기에 남겨두고 부디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히 행복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또 최영함 장병들은 마지막 헌화에 이어 유가족들에 깊은 애도를 표했고, 최 하사의 고모부는 장병들과 포옹을 하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의 관은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최영함 장병들의 도열 속에 운구차로 이송됐다. 운구차로 이송을 위한 마지막 발걸음이 시작되자 갑자기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장병들과 참석자들은 한 번 더 눈시울을 붉혔다.

해군작전사령관 주관으로 거행된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을 비롯, 심승섭 해군참모총장과 주요 지휘관, 최영함 장병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은 대한민국과 해군을 위해 헌신한 최 하사의 넋을 기리고, 마지막 길을 해군 장병들과 함께 배웅하고 싶다는 유가족의 뜻을 적극 반영해 이뤄졌다.

안장식은 같은 날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최 하사의 장례기간 동안 빈소에는 해군 장병들을 비롯한 2100여명의 조문객이 찾아 고인의 순직을 애도했다. 또한 최 하사의 순직을 추모하기 위해 해군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설한 ‘사이버 추모관’과 해군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모글을 올렸다.

한편, 지난 24일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홋줄(선박을 육지에 고정하는 밧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 최 하사가 숨지고 장병 4명이 다쳤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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