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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교사·자녀, 내년부터 같은 학교 못다닌다

고교 교사 84명·학생 90명 같이 다녀

도교육청, 중·고 ‘상피제’ 내년 도입

기사입력 : 2019-05-27 22:00:00


이른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이후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상피제(相避制)’가 경남에서도 내년부터 본격 도입된다.

경남도교육청은 내년부터 도내 중·고교를 대상으로 상피제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3월 도내 전 고등학교에 대해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는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46개 고등학교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 수로는 84명이고, 두 자녀 이상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있어 학생 수로는 90명으로 조금 더 많다.

메인이미지경남도교육청 전경./경남신문DB/

공립 고교의 경우 17개교, 사립고교는 29개교로 사립학교가 훨씬 많다.

다만 현재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경우라도 같은 학년까지 맡은 경우는 없다. 경남교육청이 기간제 교사 투입 등을 통해 같은 학년 배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은 내년 본격 시행에 앞서 올해 이미 공립에 대해서는 바꿀 수 있으면 미리 바꿀 것을 권고했다. 다만 사립학교의 경우 교원 인사권을 교육감이 아닌 학교장이 갖고 있어 현재로서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상피제를 전 학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전까지는 사립학교의 자발적인 참여가 제도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상피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인문계 학교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교사나 학생 중 한쪽은 다른 시·군으로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사립학교의 경우 교원 인사권 자체가 없는데다 특정 학교법인에 속한 학교가 한 곳뿐인 경우 교사가 옮겨갈 학교가 마땅치 않은 상황도 생긴다. 경남교육청은 이에 대해 공립고교 교사를 근무시키더라도 가급적 상피제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특목고의 경우도 문제다. 과학고나 외국어고의 경우 자녀가 입학했을 경우 부모가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또 상피제 때문에 다른 학교로 옮길 경우 기존 학교에서 있을 경우보다 인사고과에서 불리할 가능성도 있다.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교사도 자녀 통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남교육청은 ‘상피제’를 적용할 경우 ‘학생’을 최우선에 둘 방침이다. 학생에게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는 선택권을 우선 주고, 만약 교사와 같은 학교일 경우 교사를 다른 학교로 옮기도록 할 계획이다.

당초 고등학교만 적용도 검토했지만 중학교도 내신이 진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년 상피제 적용에는 도내 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초등학교는 내년 상피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같은 학교에 교사와 부모가 있는 것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된 만큼 교사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제도 시행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부분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설득해내느냐도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교육청은 기초안을 만들어 7월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큰 틀의 방향성을 정할 계획이다.

한편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27일 월요회의에서 “최근 (숙명여고 사건)관련 판결이 났는데 우리도 상피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교육과정 운영이 도민에게 신뢰받고 공정성을 확보받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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