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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김유현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민·관 합심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노력”

기사입력 : 2019-05-29 20:39:39

문재인 정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는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될 정도로 중요하지만, 실제 국민 공감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도가 매우 낮거니와 사회적경제는 자신과 연관되지 않는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탓이다.

하지만 실제 사회적경제는 일상과 매우 밀접하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를 낳은 후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지만 어린이집을 보내자니 대기자가 많다. 게다가 가족처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 나뿐 아니라 주변에 여럿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돌아가며 서로의 아이를 돌보거나, 보육교사를 고용하는 등 공동육아를 실시하기로 했다면 이것도 ‘사회적경제’다.

김유현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이 경남발전연구원 내 연구실에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김유현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이 경남발전연구원 내 연구실에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처럼 사회적경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고용 창출과 같은 거대한 문제뿐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문제가 포함된다.

취약계층에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남주거복지협동조합 ‘다함’, 거창 고산지역 재배 친환경 오미자와 그 가공제품을 판매하는 마을기업 ‘거창오미자영농조합법인’, 결혼이주민 여성에 숙련기술을 가르쳐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통 공예 누비의 맥을 이어온 통영 ‘민들레누비’, 하동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지역서 생산되는 좋은 농산물로 이유식을 만드는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등은 모두 사회적경제조직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라는 김유현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을 만나 경남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8년 3월 14일 개소한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는 경상남도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육성과 관련 정책 발굴 등을 목적으로 경남발전연구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센터의 핵심적인 기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자문 △지원제도 및 정책연구개발 △사회적경제기업의 발굴 △심사 △감독 및 평가지원 △사회적경제기업 간 협력지원 및 네트워크 구축 △지원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및 실태조사 △홍보 및 교육 △경영활동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남에 부합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의 양적, 질적 확산을 도모함으로써 도민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란 단어가 아직은 생소합니다.

사회적 목적을 가진 모든 경제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목적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 호혜와 연대, 협력의 원리가 작동하는 경제활동이 사회적경제입니다. 경제주체 개인의 만족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이기적 목적을 가지고 자본에 대한 기여를 바탕으로 소유관계와 의사결정 권한이 배분되는 시장경제 조직과는 차이를 갖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경제활동을 하는 다양한 종류의 조직을 포괄하는 개념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정부부처 4곳의 육성정책으로 만들어진 네 조직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봅니다.

▲막연히 선심성 복지정책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복지정책과 사회적경제는 엄연히 다릅니다. 복지정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낳은 양극화와 불평등, 사회적 배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직접 세금을 거둬 물질적 급부와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시민들이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의 원리에 따라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적 활동입니다.

국가의 복지정책은 재정의 한계로 인해 지속 불가능할 수 있지만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의 정신 등은 신뢰가 깨지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합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이 서로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두고도 국가가 도와줄 것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무관심한 사회, 둘 중 어느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인지를 생각해보면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경남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어떤 상태인지요.

비록 지금 양적인 지표만 보면 경남의 사회적경제가 아직은 많이 활성화된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도는 소득수준 및 분배구조, 산업·인구구조, 민간의 사회참여의 적극성, 사회적 자본과 개방성, 지자체장의 의지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경남은 많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경남도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사회적경제혁신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회적경제혁신타운은 사회적경제를 중심 테마로 한 혁신클러스터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정책 중 물적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는 큰 지원이 없었던 만큼 사회적경제의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집적시설(공간대여, 컨설팅, 유통망 등)을 조성하는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 사업을 통해 양적 성장을 도모함은 물론,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혁신의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 성장도 함께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남도정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의지가 높은 수준에 이른 만큼 경남의 사회적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역점을 둔 사업이 있다면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경남사회적경제육성 5개년 계획 수립으로 민간의 사회적경제 전문가와 당사자 협의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향후 경남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 경남 사회적경제를 혁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민관거버넌스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와 당사자들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경남 사회적경제 기업에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청년부흥프로젝트도 시행 중입니다. 아울러 가능하면 스스로 사회적경제의 일원이 되는 일도 해보려 합니다. 이는 경남발전연구원 홍재우 원장이 직접 제안한 사업으로 가까운 직장인들과 뜻을 모아 원하는 사회서비스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결성하자는 것입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그 경험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센터가 나아갈 방향, 계획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시민 스스로의 참여와 참여자들의 신뢰, 연대와 협력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민간이 주축이 돼 다양한 혁신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센터는 민과 관의 중간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민간이 하고자 하는 일을 도와 함께 적극 지원하는 역할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김유현 센터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경제금융학과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기획조정실, 한양대 겸임교수,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을 거쳐 지난 4월 1일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으로 취임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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