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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사건 계기, 경찰 처분근거 법제화해야

기사입력 : 2019-06-13 20:25:17

경남지방경찰청이 23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진상조사 결과,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이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고,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일반인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은 지난 2개월 가까이 진행된 조사과정에서 경찰관 31명 중 11명을 변호사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로 넘기기로 했고, 합동위원회가 정한 감찰조사대상자에 대해 경찰은 다시 감찰을 벌여 해당 경찰관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징계엔 신중하겠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진상조사 결과는 경찰 스스로 조현병 환자 사건에 대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범죄 전력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긴 하다. 경찰이 진단·치료와 처벌 전력 등을 고려해 최대 3일까지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환자 본인이 거부하면 조치를 할 수 없고, 자칫 강제입원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데다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량으로 결정해야 한다. 정신질환 여부에 대해 비전문가인 경찰이 상황만으로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입원까지 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범죄가 이슈가 될 때마다 냄비 끓듯 대응해왔다. 정부도 인권단체와 장애인단체, 일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땜질 처방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경찰관에게 덤터기를 씌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무리다. 이번 진상조사팀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는다.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잘못한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동네북이 돼선 곤란하다. 근원적으로 정신질환 의심자에 대한 경찰의 처분 근거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경찰의 행위가 정당행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