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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임을 위한 행진곡’-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기사입력 : 2019-06-16 20:33:20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우리나라 시위 현장마다 울려 퍼졌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돌연 홍콩의 시위현장에 울려 퍼지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홍콩시민 100만명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인 인도 조례’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반체제,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소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시위에 참가했다. 시위대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중국어로 번역해 ‘우산 행진곡’이라 이름을 붙인 뒤 함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른 시위 참가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말했다.

▼이 노래는 1982년 문화예술인들이 5·18 참상에 대한 책무를 다하자며 노래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 선생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로 만들었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이후 독재와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표적 민중가요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홍콩 시위현장뿐만 아니라 태국과 말레이시아, 대만 등 동남아 곳곳에서도 불리며 민주화의 열망을 담은 노래로 세계로 퍼지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기념식에서 공식 제창가가 되었다가 제외되는 등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지정되기까지의 과정처럼 논란거리가 됐다. 이 노래는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이후 공식 제창됐었지만 2009년 국가보훈처는 국론분열 등을 이유로 공식 식순에서 제외했다. 이후 2011년에는 의무적으로 불러야 하는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바뀌었다가 2017년 37주년 5·18기념식부터 다시 제창되기 시작했다. 노래 하나에도 우리 현대사에 드리워진 질기디 질긴 좌우이념의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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