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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행상품, 가성비에 안전을 더하라- 이진규(경남안전실천연합 사무총장)

기사입력 : 2019-06-17 20:36:48

부다페스트의 밤은 깊어가고 다뉴브강의 센 물결은… 낭만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휴식이 아니라 참사였다. 서른 세 명의 한국인은 헝가리가 추억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유람선에 올랐다. 다뉴브의 70년 된 배는 비장하게 가라앉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역만리 타국의 거칠고 혼탁한 강물에 우리 국민은 죽임을 당했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인 바이킹 시긴 호는 사건 발생 이후 유감 표명 하나 없다.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 직후 운항을 재개한 데 이어 구속됐던 유리 C. 선장도 보석금 1500만 포린트(약 6200만원)을 내고 풀려나면서 헝가리 현지에서는 부실 수사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가해 선박을 보유한 회사는 선박 62척을 보유한 대기업으로, 원칙적으로 이 회사의 책임이 제일 크므로 배상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소송에 대해 전문가가 부족한 한국에서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매우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이 회사에서는 이번 사건을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번 참사를 통해 여행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본다. 사람들은 대개 저비용 고효율을 이야기할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의 투자(생산)비용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일 테고, 반대로 고객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가치를 최대한 충족하는 대신 낮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이 유람선이든, 크루즈 선박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요즘 소비에 있어 유행하는 ‘가성비’라고 하는 것을 따지게 되는 것이 똑똑한 소비의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저렴하면서 좋은 상품의 기준은 소비자의 가치기준이라는 주관적인 면이 강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전의 기준을 충분히 고려하고도 생산자가 최소이익을 남기는 가성비는 드물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경제학의 기본은 안전 가성비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여행 상품이나 서비스가 좋은 품질을 내세울 수 있는 기준은 안전이 충분히 확보될 때 가능한 것이다. 여행 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고객이 소비하고 폐기돼 사라질 때까지 안전한 생산활동과 안전한 소비활동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명확한 책임을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상품이나 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안전한 것인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은 거저 지켜지지 않는다. 안전 지식을 배우고, 상식을 지키고, 위험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더불어 위험도 증가하는 위험증폭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모두의 안전이 필요한 때이다.

이진규(경남안전실천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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