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빚- 차상호(사회부 차장)
가급적 빚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빚은 많다. 우선 살고 있는 집은 정부의 생애 최초 어쩌구 저쩌구를 이용하긴 했지만 결국 은행에서 빌렸고 15년간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고 있다. 차도 마찬가지로 얼마 전 문자가 왔는데 할부가 10회차가 남았다고 한다. 내 집, 내 차지만 실상은 은행이나 자동차회사 것이다.
▼흔히 빚을 지는 게 좋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빚이 없으면 사라지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 등 금융이다. 시중은행을 예로 들면 이 은행들의 대표적인 수입원은 이자다. 예대마진 혹은 예대금리차라고 하는데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액만큼이 은행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예금 혹은 적금이자가 1%이고, 대출이자가 3%면 2%만큼은 은행이 갖는 것이다.
▼재무제표에서 ‘자산=자본+부채’라는 공식이 있다. 부채도 자산의 일부라는 것이다. 올해 재계순위에서도 삼성은 1위를 했다. 계열사 62개, 자산총액 약 415조원이다. 이런 삼성이라고 부채가 없을까? 기업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지 빚을 전혀 지지 않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하지만 빚이 없는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흔히들 경남이 ‘채무제로’를 달성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채무’와 ‘부채’는 달라서 빚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빌린 돈을 제때 갚고 많은 빚을 지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빚을 갚는 데만 매몰되면 정작 필요한 곳에 쓸 돈이 없는 상황이 생긴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끌어다가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육아비용이나 교육비용, 먹거리 비용을 쓰는 데 허덕일 수 있다. 최근 경남교육청은 채무상환을 위해 올해 본예산 2000여억원에 더해 추경 예산안에 다시 2000여억원을 더 편성했다. 상환기간이 3년이나 남은 것으로 안다. 재정건전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과연 빚 갚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차상호(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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