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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STX조선해양 회생 현장을 가다

희망은 녹슬지 않았다

자산 매각·인력 감축·임금 삭감 등 ‘재기 눈물’

기사입력 : 2019-06-18 20:54:52

법정관리에 이은 구조조정이라는 파고속에서도 노사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회생의 기운이 감돌아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조선업 회생 현장을 찾아 나선 곳은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가는 빗망울 사이로 100㎡만 규모 야드 사이로 솟구친 4개의 골리앗 크레인이 있어 이곳이 한때 조선업계의 ‘빅4’로 불린 STX조선임을 알게 해준다.

선각공장에서는 선박선체의 절단·가공·조립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선행의장 공장에서는 탑재 작업전에 선박블럭안에 파이프와 기계장치 등 장착하고 있다.

안벽에는 5만t급 중형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마무리 의장작업중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 선박은 2~3개월 후 시운전을 거쳐 선주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6월부터 업무에 복귀한 한 생산직 사원은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수주가 어느정도 회복된다면 우리에게도 다시 기회는 있을 것이다. 현장으로 돌아오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노동자들이 가용접(취부)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노동자들이 가용접(취부) 작업을 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연삭 작업을 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연삭 작업을 하고 있다.

◆혹독한 자구계획 이행= STX조선해양은 수익성 악화로 지난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17년 7월 회생절차가 종결됐지만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가혹했다. 당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STX조선해양에 LNG연료공급선 건조와 불용자산 및 방산을 매각할 것, 인력구조조정 관련 노조 지회가 약속한 대로 250명씩 순환휴직할 것을 결정했다.

회사 노사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체결한 자구계획에 따라 플로팅도크(물에 뜬 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R&센터, 사원아파트, 행암공장 등 약 3500억원 규모의 비영업자산 매각에 들어갔다. 희망퇴직과 사내 아웃소싱을 통한 인력감축, 사무기술직과 생산직 순환휴직 등으로 인건비를 절감했다. 사무기술직 사원들은 중형조선 타 회사에 비해 60~70%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사원들의 학자금과 의료비 등 복리후생 항목도 모두 없앴다.

노사는 이같은 자구계획을 통해 약 53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생산직 사원 500여명 중 250명은 올 6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STX조선해양 노조 강민수 사무장은 “노조원들은 무급 휴직동안 뿔뿔이 흩어져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판을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판을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STX조선해양에서 노동자들이 부자재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에서 노동자들이 부자재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21척 수주 목표= 고정비 절감 등 채권단이 요구한 고강도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한 STX조선해양에 재기의 희망이 날아들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선사와 계약한 5만 DWT(선박 무게를 제외한 순수 원유 적재량)급 중형 유조선(MR탱커) 2척에 대해 최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RG(선수금 환급보증)를 발급해 계약을 확정한 것이다.

올해 수주목표는 21척으로, 현재 투자의향서 4척을 비롯해 10여개 선주사와 건조계약을 추진 중이다. 6월 현재 수주잔량은 13척으로 2020년 하반기에는 일감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37척, 2014년 22척, 2015년 27척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6년 1척에 이어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2017년과 2018년 각각 11척과 9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RG를 발급받지 못해 수주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4일 사원 및 협력회사 사우들에게 보낸 담화문을 통해 “2019년은 경영정상화의 원년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며 “시장의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보인다. 업계 최고의 경쟁력과 품질 수준을 만들어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구축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한때 수주잔량 세계 11위를 자랑하며 8000여명이 함께 일했던 STX조선해양에 재기의 훈풍이 불고 있다.


[인터뷰] STX조선 회생 이끄는 박영목 전무

“시황이 회복되고, 수주도 늘면 빼앗은 복지를 사원들에게 돌려주겠습니다.”


장윤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STX조선해양 회생을 이끌고 있는 박영목(55·사진) 전무는 지난 7일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본사에서 경남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무급 순환휴직 등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노조에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생산직 500여명 중 250여명이 A, B조로 나눠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같은 월급쟁이로서 가슴 아프다. 2016년도부터 노조 지회하고 협상을 하면서 빼앗기만 했지 해준 것이 없다. 호황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새 주인이 오거나 정부에서 중형조선소에 대해 정리를 해주면 노조로부터 빼앗았던 복리를 차례차례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인력 340명을 남길 것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무급순환 휴직을 하겠다고 약속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시황이 나아지고, 수주잔량이 쌓인다면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재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989년 STX조선해양의 전신인 대동조선에 입사해 오는 12월이면 만 30년을 근무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에서 3번, 중국서 한 번 법정관리를 해 정상기업으로 직장생활한 기억이 거의 없다. 사원들에게 좋은 일자리 만들어주고 영속기업으로 만들어주고 나가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다.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채권단과 노조를 만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겠다. 여건이 되면 사원 편에 서서 일을 하고 싶다.

-지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우리는 힘들게 참고 살아왔다. 회사가 법정관리 들어가면서 납품업체 등에 피해를 많이 입혔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정상화되면 사회적 기업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겠다.

글= 김진호 기자, 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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