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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26)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

비우며 산다… 쓰레기 줄이는 착한 습관

기사입력 : 2019-06-20 20:59:14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대세다.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소유한 잡다한 물건을 정리하고 줄이며, 물건을 구입하고 소유하는데 쓰던 에너지와 시간, 돈을 보다 의미있는 것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개념이다. 쓰지도 않으면서 수납장에 쟁여둔 물건들을 비우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

미니멀리즘이 널리 알려지면서 다양한 물건 정리법도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조류는 최근 환경문제로 옮아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활동)로 이어지고 있다.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지원씨의 미니멀라이프

거제에 사는 심지원(34)씨는 3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오고 있다. 어느 날 두 아이의 사진을 찍었는데, 정작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고 물건들로 꽉 차 있는 거실 모습에 충격을 받은 후였다. “사진을 보는 순간, 집이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물건을 두려고 얻은 공간 같았어요. 그날부터 정말 이 많은 물건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됐습니다.”

당시 지원씨는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첫째와 걷기 시작한 둘째를 위한 장난감과 보행기 등 육아용품으로 32평 집이 거의 포화상태였다고 기억한다. 지원씨와 남편의 옷가지로 안방 10자짜리 장롱은 꽉 차 있었고 침대가 안방 반을 차지했다. 지원씨는 쌓아둔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면서, 물건을 사는 것만큼 강한 쾌감도 느꼈다. 하지만 거기에도 함정이 있다고 지원씨는 조언한다. “극강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버리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이요. 사람 냄새가 전혀 안 나는 빈 공간을 억지로 만드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 번은 그런 분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너무 불편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느낀 뒤엔 방향을 선회했어요.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 둔다! 이것이 제 미니멀라이프의 기조입니다.”

◆지원씨만의 정리법

현재 지원씨네 안방에는 붙밭이장 말고는 가구가 하나도 없다. 지원씨 옷과 가방을 정리한 수납장은 딱 한 칸. 부엌 찬장에 4인 식구가 쓰는 식기도 딱 필요한 만큼만 남겨뒀다. 정수기 없이 물은 끓여 마시고, 전기밥솥 대신 매일 냄비밥을 해먹으며, 식재료도 저장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서 여느 가정집과 달리 냉장고에는 공간이 남아돈다.

메인이미지 지원씨네 집 안방. 물건을 줄이자 가구가 필요 없어졌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거제 심지원씨가 가진 옷과 가방 전부. 수납장 한 칸에 모두 정리가 가능하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거제 심지원씨가 가진 옷과 가방 전부. 수납장 한 칸에 모두 정리가 가능하다.
두 아이의 속옷과 양말 전부다. 입지 않고 넣어두는 속옷도 모두 정리했다.
두 아이의 속옷과 양말 전부다. 입지 않고 넣어두는 속옷도 모두 정리했다.

지원씨는 살림을 정리할 때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릇을 정리한다고 치면, 2주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실제 자주 사용하는 그릇들을 골라내보라고 말한다. “가족 구성원이나 식습관에 따라 손이 많이 가는 식기들이 있거든요. 사실 그 외에는 거의 안 쓸 거예요. 자주 쓰는 것 따로 정리하고 나머지는 처분합니다.”

메인이미지 4인 식구가 쓰는 그릇의 전부이다.

옷은 1년 유예를 둔다. 그 안에 한 번도 입지 않았으면 버린다. 옷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 땐 자문한다. “옷 한 벌을 사가면 가지고 있는 옷들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가정해봅니다. 그 정도로 이 옷이 마음에 드는가? 그리고 꼭 필요한가? 질문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간절하게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요.”

아이들 물건은 신중하게 처분한다. 아이들 스스로 필요 없어진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선별하게 하고, 아이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으므로 물건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2주 정도 더 지켜본다.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이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처분한다.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로 이어지다

미니멀리즘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쓰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순환시키려는 노력이 일상에 더해졌고, 더 이상의 물건을 집에 들여놓지 않으려 하다 보니 쓰레기 발생 자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 되었기 때문이다. “미니멀라이프를 꾸려가면서 터득한 것은 물건을 묵히면 오히려 상한다는 거였어요. 안 쓰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고 필요한 사람이 쓰도록 순환시켜야 물건도 소용을 다하고, 자원낭비도 덜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어요.”

지원씨는 최근 주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8인용 식탁과 의자를 거제지역 카페에 중고로 팔았다. 현재는 거실에 식탁과 테이블을 겸하는 심플한 책상만 두고 있다. 틈틈이 정리한 물건들은 아름다운 가게에 수시로 기부하거나 중고로 내다팔고, 책은 인근 유치원이나 주민센터 저소득층 도서지원사업에 기증한다. 작아진 아이들 옷은 미혼모 시설에 보낸다.

메인이미지 지원씨네 주방. 잡다한 물건들이 없다.

지원씨의 제로웨이스트도 역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을 만큼 한다’는 신조로 이뤄진다. “장볼 때 장바구니 가져가고, 카페에 갈 땐 텀블러를 챙겨요. 채소를 살 때는 포장이 되지 않은 것을 고르고, 마트에서 받아온 1회용 비닐을 재활용해요. 흙 묻은 비닐 그대로 가져가 채소나 과일을 담고 다시 장바구니에 넣어둡니다. 어쩔 수 없이 낱개 포장된 과일을 사야할 땐 구매 직후 마트 포장대에서 뜯어 용기를 분리수거하고, 집에서 가져간 반찬통에 과일을 옮겨 담아 와요.”

이러한 실천이 계속되다 보니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이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장에 단골집을 만들어요. 정육점이나 과일가게에 갈 때 집에서 용기를 가져가서 필요한 양만큼 담아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원씨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늘 환영받지는 못한다. 자신은 이웃들 사이에서 ‘유별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다며 웃는다. “사실 번거롭고 소모적인 일이죠. 그럼에도 누군가는 꿋꿋이 지속해 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면 좋겠어요. 너 하나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냐는 말도 많이 듣는데, 세상까지는 모르겠고 분명 저희 가족은 환경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에 대해 생각하는 공간- 창원 무하유(無何有)

창원 성산구 비음로에 위치한 ‘무하유’는 자연 그대로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지속가능한 물질을 이용한 소비, 친환경에 대한 고민들을 담은 편집숍이다. 빈티지 책을 파는 ‘업스테어’, 빈티지 옷과 물건들이 있는 ‘리틀버드빈티지’, 다양한 행사에 활용되는 빈 공간 ‘한점’ 이렇게 3개의 공간이 함께 있다.

메인이미지 '무하유'에서는 헌 민무늬 티셔츠에 지역 아티스트 그림을 실크스크린해서 아트티셔츠를 만들기도 한다.
메인이미지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공가인 창원 무하유.

헌 민무늬 티셔츠에 지역 아티스트의 그림을 실크스크린해 아트티셔츠를 만들거나(입지 않는 민무늬 티셔츠를 가져가면 프린팅비만 받고 제작해주기도 한다), 벼룩시장을 열어 물건을 나누는 활동도 한다.

지난 4월부터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예술가와 전문가들을 초대해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나누는 ‘루프 포레스트(LOOP FOREST)’를 진행하고 있다. 5월 18일에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강연을, 6월 2일에는 중고책을 교환하는 헌책마켓을 열였다. 이외 환경에 관련된 미술전시, 음악공연, 다큐상영 등 다양한 행사가 12월까지 이어진다. 매주 금·토·일요일에만 문을 연다. 인스타그램(@_muhayu_)

글·사진=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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