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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사과 - 조고운 (사회부 기자)

기사입력 : 2019-06-23 20:39:07

인간은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다. 문제는 그 후의 태도다.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용서받을 기회가 생기게 된다. 문제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일상 속 잘못을 저지른 후 쑥스러워서 모른 척 지나가기도 하고,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하기도 하고, 뒤늦게 잘못을 깨달았지만 사과할 때를 놓친 때도 있었다. 어쩌면 정말 모르고 지나간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할 기회를 영영 잃었을 때도 있다. 그 대가로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마음 속 지옥을 얻게 된다.

▼사과는 타이밍과 동시에 기술도 필요하다.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에 있는 로이 르위키 명예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사과에는 6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첫 번째 요소는 후회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두 번째 경위를 잘 설명하기, 세 번째 책임을 인정하기, 네 번째 뉘우침을 선언하기, 다섯 번째 앞으로의 재발 방지(피해 복구)를 위한 계획을 이야기하기, 여섯번째 용서를 호소하기다. 무작정 미안하다는 말로만 사과가 용서되지는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올해 경남 경찰은 유독 낯뜨거운 봄을 보냈다. 연이은 진상조사위에서 경남 경찰의 문제 행동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4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 열사의 죽음을 둘러싸고 경찰이 삼성의 하수인 노릇을 했음이 드러났다. 5월에는 밀양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경찰이 주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자행했음을 인정했다. 또 6월에는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이전 피해 주민들의 신고에 안일하게 대처해 화를 키웠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봄이 끝나는 시점에도 경찰의 제대로 된 공식사과는 들을 수가 없다. 조직의 리더가 조직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이야기할 때 조직원들은 그 리더를 믿게 된다. 정재승 KAIST 교수와 김호씨가 내놓은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의 일부 구절이 떠오른다. ‘사과는 패자의 언어가 아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진정한 리더의 언어다. 사과는 리더의 언어이자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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