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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11) 제24화 마법의 돌 111

“미군은 좋아하는 술인데.”

기사입력 : 2019-06-24 08:00:15

“미군은 좋아하는 술인데.”

이재영은 유쾌하게 웃었다.

허정숙은 원피스가 잘 어울렸다. 연두색에 물방울무늬가 있는 옷이었다. 옷의 색이 봄기운이 완연했다. 이재영이 백화점에서 가져다 준 것이었다. 허리에 벨트를 매서 가슴이 돋보이고 둔부가 풍만해 보였다.

이재영은 눈으로 그녀의 몸을 자주 더듬었다. 류순영이나 나츠코와 다른 젊은 여자였다. 때때로 그의 하체가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그녀가 점점 살갑게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는 둥글게 말아 올렸다. 몸은 약간 통통한 편이었다.

날씨는 화창했다. 이재영은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었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쏴아아아.

바람이 일 때마다 꽃잎이 분분히 떨어졌다. 봄이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저게 뭐예요?”

허정숙이 강을 가리켰다. 강에는 나무들이 떠내려 오고 있었다. 사내 하나가 삿대로 뗏목을 조종하고 있었다.

“목재네.”

“목재요?”

“강원도에서 벌목한 소나무를 강으로 운반하는 거야. 저걸로 집을 짓지.”

이재영은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나무들이 긴 여행을 했다고 생각했다.

조선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집을 목재로 짓고 있었다. 목재로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얹고, 서까래로 지붕을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집을 짓는 방식이었다. 벽은 황토에 짚을 섞어 반죽을 하여 바르거나 흙벽돌을 사용한다.

문득 중단한 시멘트 사업이 떠올랐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모두 시멘트 집을 지을 텐데.’

시멘트 사업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돗자리에 누웠다. 음식을 배불리 먹고 술까지 마시자 아른아른 잠이 쏟아져 왔다.

‘허정숙을 어떻게 하지?’

이재영은 허정숙과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했다. 그녀의 원피스를 벗기고 포옹하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하체가 뻐근해져 왔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와 좀 더 친밀해졌을 때 다가가야 했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보았다. 서늘한 바람이 느껴져 눈을 뜨자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바람에 축축한 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간 거지?’

이재영은 돗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허정숙이 보이지 않았다. 이재영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후드득.

그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재영은 재빨리 도시락과 돗자리를 정리하여 차에 싣기 시작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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