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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백년가게-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19-07-02 20:32:20

우리나라에 백년가게가 있을까?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부터 ‘백년가게’를 선정함에 따라 갑작스런 물음에 와닿는다.

중기부가 백년가게를 선정하는 것은 100년 이상 존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 소상인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30년 이상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는 음식점업 또는 도·소매업 점포를 평가해 선정된다. 물론 선정시 컨설팅, 보증 우대, 소상공인정책자금 금리 우대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지원된다.

현재 선정된 전국 백년가게는 116곳이다. 경남의 백년가게는 엊그제 현판식이 개최된 진해 미진과자점과 창녕 이방식당을 포함해 모두 9곳이다.

1976년 설립된 미진과자점은 진해가 벚꽃도시라는 것에 착안해 진해제과와 함께 지난 2006년도 벚꽃빵을 공동개발해 유명해졌다. 가업은 46년째다. 1977년 설립된 이방식당은 ‘음식은 문화이고 나눔이다’는 선대 창업주의 영업방침으로 41년째 대를 이어오고 있다. 대표 상품은 수구레 국밥이다.

흥망성쇠의 부침이 큰 우리로서는 40년만 이어와도 대단하다.

몇 년 전인가 모 방송국에서 외국의 백년기업이 방영됐다. 어느 업체인지 현재로서는 기억이 가물하지만 스위스의 맥가이버 칼 만드는 공장 같기도 하고, 미국의 오래된 칼 제조회사 같기도 했다. 100여년을 이어오면서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 등 똘똘 무장된 장인정신을 보여줬고, 이탈리아 베니스의 곤돌라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만큼 한 가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부심 강한 확실한 제품을 내놓고, 수대에 걸쳐 그 정신을 이어주는 것이 유럽 등 선진국들의 모습이었다. 유럽, 미국 등이 기업 위주였다면 일본은 가게 위주로 수만 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수년 전 도쿄상공회의소가 150만개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창업 100년을 넘어선 회사가 1만5207개사라 밝혔다. 그것도 개인상점이나 규모가 작은 회사를 대상에서 뺀 숫자라 한다. 아마 이들을 포함시키면 100년 넘은 기업이 무려 10만을 넘어설 것이란 추정도 한다.

조그만 가게의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 혹 실패의 인생으로 낙인찍힐까 봐 자식은 무조건 큰 회사, 대도시로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가의 정책도 기업승계의 원활함을 막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속비를 최대 65%를 내야 한다. 100억원의 기업을 물려주려면 65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1000억원이면 650억원이다. 기업인들은 누가 이런 체계에서 편하게 기업을 물려주겠느가라며 정부가 기업승계에 너무 인색하다고 하소연한다. 차라리 승계 한 세대 뛰어넘어 다음 상속때 상속비를 물려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식당 등 가게도 그렇다. 조금만 잘되면 임대료를 인상하고, 세입자를 내쫓고 주인이 그 업을 하는데 누가 끈적하게 하나의 일에 100년을 몰두하겠는가 싶다.

비 오는 지난 주말. 마음씨 좋게 생긴 주인 아저씨는 넓은 홀에 드러누워 뒤척거리다 어디론가 나가고, 말없는 주인 아주머니만 식사를 갖다 준다. 맛, 음식에 대한 자부심 등이 없다. 현실이 이렇는데 노포의 집들이란 정말 대단하구나 싶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 선정을 늦게나마 응원하고 싶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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