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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덤과 에누리가 있어야 하나?- 윤동주(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

기사입력 : 2019-07-09 20:33:52

얼마 전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면서 불만 섞인 목소리로 “다음부터는 시장에 와서 장보기가 싫을 것 같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들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야채 파는 가게에서 어떤 손님에겐 하나 더 주기도 하고 어떤 손님에겐 깎아주기도 하는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 재차 물으니 “왠지 나는 비싸게 주고 사는 느낌이 든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격이나 수량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기성세대에서는 그동안 전통시장은 덤이 있고 에누리가 있고 그래서 정(情)이 있는 곳으로 알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 요즘 젊은 층에선 이런 덤과 에누리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전국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 지원하는 예산은 5370억원이다. 여기에는 주차장 건립 등 시설현대화 지원 예산부터 교육, 마케팅을 지원하는 경영혁신 예산까지 망라된다. 십 수년 전부터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해온 결과로 주차장과 비가림막 등을 설치하면서 환경이 좋아진 시장도 있지만 대다수 시장은 아직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온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가격 형성인데, 거래되는 재화의 가격이 전통시장에서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에게만 공개되며, 그것도 당사자 간 가격 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의 순기능을 역행시키는 것이며, 가격 경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상인들의 폐쇄적 특성을 반영한다. 가격 경쟁이 없는 곳에 소비자가 갈 이유가 없다.

둘째, 판매되는 물품의 원산지가 제대로 표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행정 당국의 계도로 많이 개선되어진 부분이지만 정확한 원산지 표기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셋째, 편리한 방식의 지불결제다. 전통시장 내의 모든 점포가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 간편 결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구매 물건의 교환, 반품 등의 근거가 될 수 있으며, 고객 편의의 첫걸음이다.

그다음 위생 및 청결이다. 깨끗한 시설과 쾌적하게 잘 정돈된 상품 진열은 쇼핑하는 고객을 즐겁게 한다. 물론 이러한 부분을 ‘전통시장 3대 서비스혁신’이라 하여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홍보하여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수준은 미비한 편이다.

이러한 전통시장 활성화 저해 요인을 변화시키고 혁신해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상인들 스스로가 해야 하지만 변화의 동력을 잃은 시장이 대부분이다. 전통시장에 가면 상인회라는 조직이 있다. 이 상인회가 중심이 되어 시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상인 모두가 상인회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상인조직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중앙정부는 위에서 언급한 활성화 저해 요인을 개선했거나 개선하려는 혁신시장에 대해 집중 지원 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시장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체계적인 육성 로드맵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상인회 조직 역량 강화도 필수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이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 대한 지원도 다른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인식 변화와 지원 방안, 더불어 시장의 법인화 방안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 봄직하다. 2017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는 1450개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과연 몇 개의 전통시장이 살아남아 있을지 걱정되는 여러 지표와 통계 결과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윤동주(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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