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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철학- 이종훈(정치부장)

기사입력 : 2019-07-11 20:21:55

머리카락이 집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진공청소기이다. 진공청소기는 전기에너지로 자신을 진공으로 만들어 공기의 압력차를 이용해 청소기 안으로 빨려 들어오도록 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을 비우는데도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역설의 원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기압이 낮으면 낮을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태풍의 역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심부가 낮을수록, 또 비우면 비울수록 강한 힘을 발휘하는 태풍의 원리는 ‘채우려면 먼저 비우고 높아지려면 스스로 낮춰라’라는 노자의 ‘역설적 철학’과 연결되는 것 같아 놀랍다.

노자가 활동하던 중국 춘추시대는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 많은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시대였다. 노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오히려 세상이 구제될 수 있다며 완전히 덜어내어 마음속에 남지 않을 때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무위의 정치’를 주장했다.

▼그리고 국민이 통치자가 있는지 없는지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충실히 전념하게 하는 정치를 ‘최상의 정치’라고 했다.

자기 주도의 통치를 위해 간섭하고 규제하기보다는 백성을 자연의 이법에 따라 무위로 이끌어야 스스로 일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시대 위정자들은 내세우고 채우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시선도 높은 곳만 바라보고 있어 눈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겸손함의 중요성은 마지막을 불행하게 보낸 역사 속 인물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고,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또 싸우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공을 다투지 않는다. 스스로 낮춰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도덕경에 실린 말이다. 자기 공을 과시하지 않고 자기를 낮추면서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물의 철학’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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