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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0) 제24화 마법의 돌 130

“우리 요정은 누가 최고야?”

기사입력 : 2019-07-19 08:06:59

이재영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요정을 샀다. 서류 작업은 박민수에게 맡겼다. 그는 이재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서류작업을 해치웠다. 그는 백화점의 매출과 구매대금, 인건비 등을 장부로 철저하게 만들고 남대문 일대에 매입한 땅의 관리도 빠짐없이 했다.

요정은 미월을 지배인으로 앉혔다. 요정은 뜻밖에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전 주인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하고 수입을 갖다가 도박을 하는 바람에 유동자금이 압박을 받았으나 미월이 운영을 하자 그런 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게다가 박민수가 요정의 회계 장부를 새로 만들었다. 그동안은 회계장부도 없이 요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으나 모두 바로잡았다. 요정에서 나오는 수입만으로 대출이자를 충분히 감당하고 원금도 조금씩 갚을 수 있었다.

“어때요? 내가 잘 된다고 그랬죠?”

석 달이 지났을 때 미월이 생글거리고 웃었다. 일요일이었다. 이재영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미월의 요정에서 쉬었다.

“미월이 장사를 잘해서 그렇지.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이재영은 미월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봉선화며 채송화 같은 여름꽃들이 비를 맞고 있었다.

“비결이 뭐가 있겠어요? 남자들이 요정에 오는 것은 기생 때문이죠. 기생이 예쁘고 노래를 잘하면 남자들은 꼬이게 되어 있어요.”

미월은 이재영의 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기생을 가까이 두는 것은 남자를 즐겁게 할 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요정은 누가 최고야?”

“향심이요. 춘향가를 아주 잘 불러요.”

“언제 향심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고 싶네.”

“향심이에게 사장님을 모시라고 그래요?”

“그래도 돼?”

“싫다는 소리는 안 하시네.”

미월이 이재영의 팔을 꼬집는 시늉을 했다.

“자네가 먼저 말을 꺼낸 거야. 그런데 향심이가 나를 모시려고 하겠어?”

“동가식서가숙하는 게 기생들인데 가리겠어요? 내가 말할게요.”

“고마워.”

미월이 향심을 추천한 것은 뜻밖이다.

“조심하세요. 기생들 너무 좋아하면 화류병 걸려요.”

미월이 눈을 흘겼다.

“미월은 어쩌다가 기생이 되었어?”

“흉년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형제가 여섯인데 딸이 셋이었어요. 아버지는 술만 마시고 어머니 혼자 농사를 지었는데 하루 세 끼 먹는 게 힘들었어요.”

미월은 경기도 포천 출신이라고 했다. 포천에서 10리를 더 북쪽으로 들어가는 산골짜기 오지에 살았는데 굶거나 풀죽을 먹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하얀 쌀밥 한 번 먹는 게 소원이었어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