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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1) 제24화 마법의 돌 131

“아유 대낮부터 왜 이러실까?”

기사입력 : 2019-07-22 08:05:45

어릴 때는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이재영은 미월의 인생이 신산하게 느껴졌다. 식구들을 부양하던 어머니가 병들어 죽자 미월의 형제들은 거지가 되어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돌아다니다가 돈 벌러 간다면서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미월의 형제들은 굶주리다가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월의 여동생이 먼저 죽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굶어죽었다고 했다. 그 아이는 일곱 살이었다. 큰오빠는 보리쌀을 훔치다가 몽둥이에 맞아죽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나자 형제들이 모두 없어졌다. 형제들이 그녀를 버리고 달아난 것이다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미월은 구걸을 하면서 서울까지 왔다. 그녀가 쓰러진 곳이 요정 앞이었다.

“계집애가 반반하게 생겼으니 우리가 거두자.”

요정의 주인이 말했다. 미월은 그렇게 해서 요정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에 손님들이 먹다가 남은 음식만 먹었어요.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하얀 쌀밥… 고기… 사람들이 남긴 음식인데 배불리 먹었어요.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배가 터질 것 같았어요. 일어나지도 못하고 사흘 동안 앓았어요.”

일제강점기였다. 대부분의 조선인들이 굶주리면서 살았다. 그러나 해방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월은 자신이 굶었기 때문인지 요정에 거지가 오면 반드시 음식을 챙겨 주고 때때로 돈도 쥐여주었다.

“요즘 쌀값이 왜 자꾸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미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사꾼들이 사재기를 하기 때문이지.”

“부자들이야 상관없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금년에는 풍년이 들 테니까 가을이 되면 쌀값이 내리겠지.”

이재영이 미월의 치마를 들쳤다. 여름이라 속바지를 걸치지 않고 있다.

“아유 대낮부터 왜 이러실까?”

“속치마도 안 입었네.”

“어머머!”

이재영이 그녀의 치마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미월이 방바닥으로 쓰러졌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요정은 보통 오후가 되어야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요정의 안쪽에 있는 내실은 고즈넉했다. 내실과 요정은 작은 협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을 닫아놓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재영은 미월과 한바탕 사랑을 나누었다. 이재영은 땀을 흥건하게 흘렸다.

“사장님, 아무래도 보신 좀 해야겠어요.”

미월이 물수건으로 이재영의 땀을 닦아주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내가 늙었나?”

“아니에요. 늙기는… 힘만 좋은데….”

미월이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이재영은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땀을 많이 흘리면 안 되잖아요? 보신탕 좀 먹어요.”

“보신탕이 무슨 효과가 있다고….”

이재영은 쓴웃음이 나왔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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