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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정치인- 김희진(정치부 기자)

기사입력 : 2019-07-22 20:41:45

운전기사 딸린 고급 세단 대신 백팩을 메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덴마크 국회의원이나 책상 두 개 정도 놓인 사무실에서 직접 커피를 타고 우편물을 챙기고 손수 영수증 정리를 하며 업무를 보는 스웨덴 국회의원의 모습은 우리에게 꽤나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우리는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짐짓 근엄함을 흉내내는 얼굴로 온갖 특권을 당연하게 누리는 국회의원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6000만원가량, 이 밖에 수당, 정책개발비,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보좌관 채용비, 해외연수 등을 합치면 의원 1인당 연간 7억원 가까운 세금이 쓰인다. 특히 면책특권까지, 국회의원이 국민을 등에 업고 누리는 특권이란 실로 어마어마하다.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들고 정부를 견제하리라 믿으며 특권을 허락했지만 20대 국회는 정치 대신 정쟁에 몰두하며 민생법안·추경안 심사를 미뤄놓고 동물국회, 식물국회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이로 인한 국내외 논란, 최저임금 갈등, 이념대립,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으로 혼란한 사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국회의원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했던 그들의 맹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특권을 다 내려놓고 국회의 본연에 충실하자고 외쳤던, 권력에 맞서 약한 자를 대변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던,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던 진보정치의 상징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꼭 1년이 됐다. 국민의 편에서 싸워줄 진정한 정치인이 아쉬운 이때, 이 시대 투명인간들을 위해 전력투구했던 노 의원이 2016년 7월 국회 연설에서 했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잘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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