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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민창홍(시인)

기사입력 : 2019-08-01 20:24:51

‘진로 선택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라는 주제였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전교생을 청중으로 토론대회가 열렸다. 토론의 자세와 과정을 공부하게 하고 아울러 중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게 하는 장이었다. 찬성하는 쪽은 언론 보도와 연구 자료를 근거로 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행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쪽은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경제적으로 수입이 많아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찬반의 입장이 오가면서 토론 열기는 뜨거워졌고 청중의 질문이 넘쳐났다. 예상 시간보다 훨씬 길게 토론이 이어졌음에도 학생들은 아쉬워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성세대 대부분은 가족들 부양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한 책임감 때문에 어떤 일이든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그냥 직업이 되었노라고 말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따라 직업 선호도의 변화는 커졌다. 신세대들의 다양한 사고와 꿈은 다양한 직종으로 세분화되는 산업을 따라가며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힘든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힘들지 않은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심리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아진다. 노동현장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부족해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가끔 언론에서 장인(匠人)이라 불리는 이들이 소개되는 것을 본다. 한결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숙련의 도(道)를 높이는 정신에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세가 많은 분도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으며 배워서 대를 이은 중년도 있고 간혹 다른 직종에 있다 부모의 요청에 의해 가업을 이어받은 사람도 있다. 대대로 이어져 온 기술을 부모가 전수하고 자식이 전수받으며 이어가고 있다. 장인정신에 의해 그 맥을 이어오는 사람들이다. 어떤 일이든 결코 쉬운 일은 없다.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삶은 정말 치열하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주장대로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이상적일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은 아직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자유학기제를 확대하여 자유학년제로 가고 있는 추세이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지 않아 평가의 중압감을 줄여주고, 창의적인 수업으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심도있게 생각해 보고 체험의 기회를 갖는 교육과정이다.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하여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며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그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해주고 있다.

지금은 방학이다. 청소년기의 사고 확장을 위해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학생들이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문학 작품 읽기를 권장하고 싶다. 창의적인 사고도 키우고 꿈도 키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민창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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